내가 글을 쓰는 공간에는 여러 사물이 있다. 가까운 꽃집에서 사 온 생화나 여러 날 말린 꽃이 있고, 만년설을 찍은 사진이 있고, 미술관에서 구매한 그림엽서가 있고, 강릉 바닷가에서 주워 온 하얀 조개껍데기가 있고, 부엉이와 올빼미 등 작은 동물 조각상이 있다. 물론 음악도 시내처럼 나의 공간에 흐른다. 나는 요즘 접시에 모과를 놓아두고 있다. 멀리 시골에 다녀올 때에는 그곳에서 딴 모과를 몇 개 사서 온다. 언젠가는 농원에 가서 바닥에 떨어진 모과를 우연히 주워온 적도 있다. 자연에서 막 자란 야생의 것일수록 향기가 진하다. 모과는 모두 방위에 향기가 있다. 또, 그 향기가 일정하다. 처음과 끝의 향기가 나란하다. 향기는 훌쩍 달아나지 않고 내 둘레에 가만히 서 있다. 모과는 참으로 온화하고 배려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