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 -미리보는 이소연의 ISS 10일
2008년 04월 08일 오후 8시 16분 여성과학자 이소연 씨가 러시아의 소유즈를 타고 우주로 향한다.
건설 10주년을 맞이한 최대 우주구조물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0일간 18가지 과학실험과 한국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자 아시아 2번째 여성우주인이 탄생하는 순간의 감동을 느껴보자.
"잘 다녀오겠습니다,"
배웅을 하러 나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을 한다.
그리고 소유즈 우주선에 올라 3개의 자리 중 가장 오른쪽 자리에 웅크리고 앉는다.
조금 있으니 엄청나게 큰 소리와 함께 온몸을 뒤 흔드는 진동이 느껴진다. 출발이다! 엄청난 중력이 느껴졌다.
흡! 흡! 훈련한 대로 침착하게 숨을 쉬었다. 10분 후,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창밖으로 파란 지구가 보였다.
아! 여기가 우주란 말인가.
2008년 4월 8일 한국 최초 우주인이 경험할 소유즈 우주선의 발사 순간을 가상으로 그렸다.
2년 동안 진행된 선발과 훈련 과정을 마치고 탑승우주인으로 최종 선정된 이소연 씨가 보낼 우주에서의 10일은 어떨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제공한 계획표를 참고해 미리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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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의 소유즈 시뮬레이터 앞에서 이소연 씨와 고산 씨가 훈련을 받기 전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실제 발사와 똑같은 상황을 반복 훈련했다. |
4월 8일 발사일 아침 8시. 이소연 씨는 바이코누르 발사기지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우주인 호텔’에서 눈을 뜬다. 이소연 씨는 우주에 함께 갈 러시아 우주인들과 3월 26일부터 이곳에서 머물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수많은 보도진과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출정식을 마친 뒤 우주인들은 높이가 55m에 이르는 소유즈 로켓으로 이동한다. 발사 2시간 30분 전. 우주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발사 로켓 꼭대기에 올라가 마침내 소유즈 귀환모듈에 올라탄다.
정확한 발사 시각은 오후 5시 16분(한국시각 저녁 8시 16분). 소유즈 로켓은 기상 조건이 나쁘다고 발사를 미룬 적이 거의 없다. 기온이 영하 40℃~영상 50℃, 습도가 98%이하, 풍속이 15m/s 이하, 그리고 가시거리가 30m 이상이면 무조건 출발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발사를 향해 ‘10, 9, 8…’ 카운트다운을 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러시아에서는 우주선을 발사할 때 카운트다운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발사 3분전, 2분전, 1분전 방송을 할 뿐이다. 우주개발 초기에 미국과 경쟁하면서 모든 우주선을 비밀리에 발사했던 러시아의 사정이 지금까지 전통으로 이어졌다.
이윽고 출발 시각이 되면 정확히 로켓이 불을 뿜는다. 엄청난 폭음과 불꽃에 지축이 흔들리는 것 같다. 점점 속도도 빨라지고 몸으로 느껴지는 가속도가 4.3G(지구중력의 4.3배)에 이른다. 출발한 지 1분 58초가 지나면 ‘쾅’하는 소리와 함께 1단 로켓이 분리된다. 잠시 가속도가 다시 1G가 되지만, 곧바로 2단 로켓이 작동하면서 다시 중력가속도가 커진다. 이때 속도는 초속 1500m에 이른다.
얼마쯤 올라 왔을까. 출발한 지 2분 37초가 지나면 우주선 덮개가 열리고 창문을 통해 밖을 볼 수 있다. 고도는 84km. 에베레스트 산의 약 10배 높이다. 하지만 몸을 짓누르는 가속도 때문에 밖을 내다볼 여유는 없다. 4분 47초가 되면 다시 한 번 ‘크르릉’ 소리를 내며 2단 로켓이 분리되고, 8분 48초가 지나면 드디어 고도 202km에서 3단 로켓도 분리된다.
이때부터 무중력 상태가 시작된다. 우주인들은 우주선의 압력을 체크한 뒤 우주복을 벗고 선내우주복으로 갈아입는다. 비행기로 따지면 안전벨트를 풀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된 셈이다. 머리 위에 있는 해치를 열고 궤도모듈로 올라가 화장실도 사용하고 식사도 한다. 이때 2분 30초에 한번 씩 우주선 자체가 뱅글뱅글 돌기 때문에 멀미를 조심해야 한다.
이제 소유즈 우주선은 타원궤도를 돌며 궤도수정용 엔진을 이용해 고도를 점점 높여간다. 이렇게 약 350km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서서히 접근하는 데 이틀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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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즈 우주선이 지구를 30바퀴 돌았을 때 쯤 다시 우주복을 입고 자리에 앉아 도킹 준비를 한다. 창밖으로 ISS가 보인다. ISS에 가까워지자 서로 속도가 같아져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초속 20cm의 느린 속도로 ISS에 접근하다가 ‘퉁’ 소리를 내며 도킹에 성공.
우리나라 시각으로 4월 10일 밤 10시. ISS와 소유즈 우주선의 압력을 똑같게 맞춘 다음 해치를 열고 ISS 안으로 헤엄쳐 간다. 이미 6개월 전부터 머물고 있었던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와 미국 우주인 페기 휫슨이 반갑게 맞아준다. 해치를 열고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우리 시각으로 밤 12시 40분부터 새벽 1시까지 텔레비전 생중계로 볼 수 있다.
떠들썩한 환영식이 끝나면, 이 씨는 바로 실험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가 9박 10일 동안 ISS에 머무는 동안 수행해야할 과학실험은 모두 18가지. 모든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분초를 다퉈가며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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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유리 가가린의 첫 우주비행을 기념하는 ‘우주만찬’이 열린다. 이날의 특별 메뉴는 우주에서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밥, 김치, 홍삼차 같은 우리 우주음식 10가지다. |
지난 2월 화물선 프로그레스에 실려 먼저 올라온 실험장치가 제대로 도착했는지 살피고, 이번에 소유즈 우주선에 싣고 온 짐도 챙겨야 한다. 초파리가 가득 담긴 시험관과 벼와 콩의 씨앗이 담긴 소형생물배양기의 상태도 괜찮은지 살핀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어 몸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는데, 우주인의 몸 자체가 실험대상이다. 24시간 심전도 측정장치를 붙여 심장박동을 재고, 틈틈이 안압도 측정한다. 얼굴이 얼마나 붓는지 알아보기 위해 ‘셀카’도 찍는다.
또 무중력 상태에서 물체의 질량을 재는 ‘우주저울’과 구름에서 땅으로 치는 보통 번개와 달리 구름에서 하늘로 치는 ‘고층번개’도 촬영한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실험도 준비돼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ISS의 우주인들과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이 씨가 부채를 들고 날아다니기도 하고, 건장한 러시아 우주인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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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굴의 굴곡을 측정하는 사진촬영 장치 앞에 선 이소연 씨. 우주에서 얼굴이 얼마나 붓는지 실험한다. 2 미국 항공우주국의 한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 데스티니 모듈에서 식물의 성장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
ISS에서 이 씨가 보여주는 놀라운 광경은 텔레비전 생중계로 안방에서 즐길 수 있다. 4월 12일과 14일, 16일, 17일 네 차례에 걸쳐 저녁 7시~8시 사이에 각각 10분씩 SBS 텔레비전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라디오 인터뷰도 계획돼 있다. 4월 12일과 13일, 16일 저녁 5~6시에 우주에서 들려오는 이 씨의 목소리를 SBS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다.
아마추어무선통신(HAM)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4월 13일 저녁 7시 58분~8시 8분과 4월 17일 저녁 6시 18분~28분 사이에 벌어지는 이 씨와 우리나라 고등학생 사이에서 이뤄지는 무선통신도 엿들을 수 있다. 경기도 평택시 한광고등학교와 대전시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각각 한 번씩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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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 즈베즈다 모듈에 설치된 식탁 주변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우주인들. 캔에 담긴 우주음식이 둥둥 떠다닌다. |
ISS는 세계에서 유일한 ‘사람이 타고 있는 인공위성’이다. 최첨단 우주 기술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고추냉이 튜브가 터진 일이 뉴스가 될 만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국을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곳이다.
4월 12일 ISS에서는 러시아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세계 첫 우주비행을 기념하는 조촐한 만찬을 준비한다. ISS에 결합된 우주인의 생활공간인 즈베즈다 모듈의 식탁에 마련된 ‘특별식’은 밥과 된장국, 김치, 홍삼차를 포함한 한국음식 10가지.
한국 우주음식은 ISS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도 먹음직스러운 형태와 맛을 유지하도록 개발됐다. 우주밥은 고온살균과 무균포장으로 수분을 65% 함유했다. 김치는 고유의 맛과 씹는 느낌을 주면서도 국물이 흐르지 않도록 캔 안에 흡수패드를 넣었다.
고소한 볶음김치는 동결건조 형태로 만들었다. 여기에 매운맛과 짠맛을 줄이고 단맛을 늘린 고추장은 외국 우주인도 소스로 먹을 수 있다. 이밖에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라면과 생식바, 그리고 후식으로 홍삼차, 녹차, 수정과도 준비했다.
특히 홍삼차의 주원료인 홍삼은 공간학습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랜 시간 좁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주인들의 기능성 식품으로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ISS에 유엔 기(旗)를 가져가 세계평화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도 벌인다. 이 씨는 유엔기와 만국기를 흔드는데, 이 모습은 전 세계에 방영될 예정이다. 이 씨는 세계평화 퍼포먼스에 사용된 유엔기를 지구로 가져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통해 유엔에 전달할 예정이다. 유엔기는 유엔 사무국에 영구 전시된다.
이 씨는 ISS에 도착한 우주인이 자국의 화폐를 두고 오는 전통에 따라 한국 전통지갑에 1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 지폐를 넣어 ISS에 두고 올 예정이다.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복주머니와 시인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우리나라의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새겨진 스카프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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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인이 ISS에 가져갈 복주머니와 지갑. |
4월 19일,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됐다. 지구로 돌아갈 때는 그전 우주인이 타고 온 뒤 6개월 동안 우주정거장에 도킹해 있었던 우주선을 타고 간다. 따라서 타고 온 소유즈 우주선에서 자신의 의자 쿠션을 떼어내 돌아갈 우주선에 다시 고정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ISS에 머무는 동안 모았던 실험 자료와 ISS 방문기념 스탬프를 찍은 엽서도 잘 챙겨야 한다.
함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온 세르게이 볼코브 선장과 엔지니어를 ISS에 남겨 두고 6개월 동안 ISS에 머물렀던 말렌첸코와 휫슨이 소유즈 우주선에 함께 탄다. 이들은 ISS와 소유즈를 잇던 해치의 문을 닫고 도킹을 해제한 뒤 점차 ISS와 멀어진다.
올 때는 이틀이 걸렸지만 돌아가는 데는 단 3시간 반이 걸린다. 소유즈 우주선은 도킹이 해제된 뒤 약 3시간 동안 ISS와 멀어지다가 궤도모듈과 추진모듈을 분리한다. 분리된 궤도모듈과 추진모듈은 대기권에서 모두 타 없어지고 귀환모듈만 지구로 돌아온다.
착륙 23분 전. 대기권에 진입하기 위해 엔진을 점화하면 귀환모듈은 초속 7.9km로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 고도 120km 상공에서 귀환모듈의 외벽은 1500~2000℃까지 올라간다. 모듈 내부의 온도는 약 40℃. 온몸을 짓누르는 최대 4.5G의 중력가속도는 더욱 견디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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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즈 우주선의 귀환모듈이 무사히 착륙하면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가 우주인들을 모듈에서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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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로 약 8분을 버티면 2개의 보조낙하산이 펼쳐져 속도가 급격히 줄어든다. 고도 10km에 이르러서는 초속 200m 정도로 느려지고, 착륙 5분 전 지름이 35m에 이르는 주낙하산이 펼쳐지면 속도는 초속 7m까지 떨어진다.
착륙 2초 전. 지상과의 높이가 1.5m일 때 우주선에 부착된 6개의 착륙용 로켓이 마지막으로 분사하며 착륙할 때 충격을 줄인다. 착륙지점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가 귀환모듈의 해치를 열어 우주인을 꺼낸다. 10일을 우주에서 머문 우리 우주인은 걷는데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6개월 동안 우주생활을 한 말렌첸코와 휫슨은 제대로 서지도 못할 것이다.
지구로 무사히 돌아온 이 씨는 가가린우주센터에서 1주일가량 회복훈련을 받은 뒤 5월 초 우리나라로 돌아온다. 그리고 ‘국제유인우주기술 심포지움’에서 우주에서 벌였던 여러 가지 활동을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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