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는 줄기만 보면 난(蘭)과 비슷하게 생겼다. 녹색줄기가 일자로 시원하게 뻗어나 청초한 느낌을 준다. 이들 줄기 사이에서 젓가락 굵기의 대가 솟고, 그 끝에 네댓 송이 꽃이 달린다. 꽃에서는 아카시와꽃과 풍란을 닮은 향기가 풍겨나온다. 벌과 나비가 없는 겨울에 꽃가루를 옮겨줄 매개체를 유혹해야 하는 비정한 운명 때문인지, 그 향기가 아득할 정도로 짙다. 한줄기를 꺾어 차 안에 놓으면 처음에는 달콤하던 향기도 5분이면 어지럽게 느껴질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줄기와 꽃대를 시원하게 뻗어 올리며 시종일관 꼿꼿하던 수선화도 꽃망울을 터뜨릴 때는 고개를 숙인다. 꽃이 바닥을 향하는 이 모습을 보고 그리스신화는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나르시스로 표현했다. 사실 제주도에 피어나는 수선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