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쓸쓸하게 불거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할머니는 매끈한 병을 찾아 밀가루 반죽을 밀었다. 멸치 육수의 비릿한 냄새가 집안에 퍼질 때쯤 국수를 자르는 칼질 소리가 군침을 돋우고,,,,부엌 어디에선가 잠자던 갖은 재료들이 모두 들어 간 칼국수 한 그릇으로 저녁 밥상에 왁자지껄 따뜻한 행복이 넘쳐났다. 한국 사람치고 국수 한 번 안 먹어본 사람 없고, 국수에 얽힌 추억 하나 안 가진 사람이 없다. 결혼식에 가면 갈비탕이나 뷔페를 먹는 요즘도 "국수먹는다"는 말은 "결혼 한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잔칫날엔 "잔칫국수"를 먹고, 휴게소에서 "가락국수"를 먹는다. "라면"은 밥 다음으로 친 숙한 음식이 되었다. 국수는 우리 삶 속에 아주 깊이 들어와 있다. 마치 유전자에 새겨진 것처럼 문득 한 번씩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