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맺고 푸는 선線의 드라마
"끈"을 문화文化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끈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호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새끼끈 문양으로 만든 원시시대의 토기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끈이 문자와 같은 의사전달이나 기억을 위한 흔적으로 사용된 직접적인 예는
결승문자와 같은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끈이 끈의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맺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문명의 원초적인 기술은 바로 끝을 이어가고 맺는 매듭의 역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칡이나 등넝쿨은 자연의 산물이지만 만약 그것을 끊어 서로 맺게 되면
인간의 문화적 산물로서 하나의 끈이 되고 매듭이 됩니다.
그것은 하나의 언어 언어와 같은 의미작용을 내포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문화는 끈의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푸라기는 새끼를 꼬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모든 기술의 기초가 바로 이 끈 만들기이며, 그것을 어떻게 맺는가에 의해서 짚은 짚신이 되기도 하고,
가마니가 되기도 하고바구니나 멍석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의상을 보아도 단추가 아니라 모두 끈으로 되어 있어 매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저고리에서 옷고름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실용적인 기능이요, 장식이 됩니다.
인간人間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맺고 풀고 잇고 끊는 끈의 관계로 나타낸 것이 한국인의 인간관입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고립무원의 상태를 끈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끈의 사상을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호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매듭"이라는 수예품입니다.
매듭의 형태와 그 의미를 산출하는 기호체계는 코, 몸, 손의 세가지 요소로 분절됩니다.
"코"는 평매듭, 감기매듭, 국화 매듭처럼 매듭코가 옷고름의 코처럼 부드러움과 여유를 나타냅니다.
그러나, "몸"은 매듭기 감겨진 부분으로서 가닥을 결합시키고 묶음으로써 매듭의 강함을 나타냅니다.
"손"은 매듭의 끝으로 술 같은것, 옷고름으로 치면 푸는 쪽의 의미작용이 있어서
아무리 복잡하게 매어진 것이라 도 "손"은 다시 풀 수 있는 형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즉, "몸"과 "손"이 대립함을 이루고 "코"가 그 중간의 매개함을 이룹니다.
이 세개의 균형 속에서 매듭은 아름다운 구조를 갖게 되고,
인간人間이 만나 서로 인연을 맺기도 하고, 원을 풀기고 하는 운동을 합니다.
운동은 모두가 그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매듭은 그러한 운동과 그 궤적을 공간화하여 구조화한 것입니다.
매듭은 끈이 문화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마음을 시각화한 언어言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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