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무언가의 부재

 

 

 

주연을 맡은 세 젊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다.

 

 원작에 비해 입지가 줄어든 탓에 리해랑의 매력은 반감되었지만, 리해진을 연기한 이현우도 제 몫을 하고, 특히 김수현은, 김수현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상의 1인2역을 맡아 액션과 드라마를 두루 소화해낸다. < 은밀하게 위대하게 > 는 정치적인 술수가 청년들의 순정을 짓밟는

 

비극적인 상황을 담지만, 그 비극에 천착해 현실을 고발하는 대신 로맨틱한 터치로 이를 감싸안는다. 영화는 달동네의 허름한 집과 골목길을 온기로 채워넣으며

 

이웃과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역설하는데, 고단한 삶의 장소를 바라보는 이 시선이 비록 진부하기는 해도 공허한 감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낭만적인 정서를 떠받치는 에피소드와 대사에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노골적인 대사들은 때로 감동이나 교훈을 강제한다는 느낌마저 준다.

 

원작의 틀을 이어가되 작위적인 설정에 변화를 줌으로써 이야기를 좀더 설득력있게 전개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북한의 특수 공작부대 조장 원류환(김수현)이 남한의 달동네에 잠입한다.

 

그는 뛰어난 신체기술과 사격 능력을 가진 엘리트 요원이지만, 정작 그가 맡은 남파임무는 동네 바보다.

 

그는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하루에 세번 정도는 넘어져야 하고, 한달에 한 번 정도는 노상방뇨를 하며, 가끔씩은 남들 앞에서 '큰 일'도 보아야만 한다.

 

 

 

 

동네 꼬마들에게 수난을 당할 때도 있지만, 류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리고 인정까지 많은 동네 사람들과 비교적 잘 어울려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공작부대에서 훈련을 받던 리해랑(박기웅)이 달동네에 둥지를 틀고,

 

급기야는 류환의 조에 속해 있었던 리해진(이현우)까지 잠입해오면서 그의 평화로운 2년간의 잠행에 변화가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렸다.

 

HUN(최종훈) 작가가 그린 동명의 웹툰을 사랑한 팬들과 <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 이후 장철수 감독의 차기작을 고대했던 팬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을 기대하는 팬들까지, 설렘 반 우려 반의 심경으로 영화를 기다린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기대는 절반 정도 채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중간중간 다소 늘어지는 감도 있지만, 상업영화로서 < 은밀하게 위대하게 > 의 재미는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원작의 내용을 지나치게 충실히 옮긴 탓에 웹툰에서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신파적 요소가 화면에 돌출되었고,

 

그것이 때때로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한다.

 

 

 

 

중간중간 다소 늘어지는 감도 있지만, 상업영화로서 < 은밀하게 위대하게 > 의 재미는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원작의 내용을 지나치게 충실히 옮긴 탓에 웹툰에서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신파적 요소가 화면에 돌출되었고,

 

그것이 때때로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강조한 에피소드와 최정예 엘리트 요원들의 화려한 액션.

 

< 은밀하게 위대하게 > 가 내세운 이 두 볼거리는 영화의 러닝타임을 빽빽하게 메운다. 단발적이지만 웃음은 끊이지 않고,

 

상당 수준의 잘 빠진 액션 또한 가득하다. 하지만 마냥 만족할 수만은 없다.

 

최정예 요원과 동네 바보(가수지망생, 얌전한 학생)의 극단을 넘나들지만 캐릭터들은 각각의 특성을 드러낼 때 그 반전의 매력을 담보하지 못하고

 

오직 극단의 매력을 표출하는데 그치고 만다. 코미디, 유사 가족 드라마, 동료애를 가장한 로맨스, 액션 등이 제각각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만 점철되지 못하고 과잉으로 귀결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무언가의 부재.

 

장르의 쾌감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로 인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장철수 감독의 전작을 떠올려보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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