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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낸 색, 소색所色

안젤라Angella 2020. 9. 1. 07:00

 

 

우리 민족은 일생을 흰색과 함께했다. 

 

태어나자마자 아이에게 흰옷을 입히고 평생 흰옷을 입다가 흰옷에 싸여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러니 우리 민족이 좋아한 색은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은색, 즉 소색所色이라 해야 옳다.

 

삼베나 모시 한지에서 석회와 백자, 소금까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색은 수없이 많다.

 

우리 민족을 백의(白衣)민족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흰색을 좋아해 즐겨 입어서라고 알고 있는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색은 흰색이 아니라 아무 것도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바탕의 색인 소색(素色)이다.

 

모든 색상의 기본 바탕이 되는 소색은  아마도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연의 바탕색일 것이다.  

 

소색의 백의는 천연스러움, 인공이 배제된자연스러움 그 자체인 것이다.  素色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기호는 대단했다. 

 

태어나자마자 아이에게 흰옷을 입히고, 평생흰옷을 입다가 마지막에 흰옷에 싸여 자연으로 돌아갔다. 

 

선조들에게 素色옷을 입는 행위야말로 자연과의 완전한  동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소색素色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우리 민족이 素色을 사용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素色을 너무 많이 사용해  素色사용을금지한 기록으로 보아

 

고려 시대인 것으로 보인다.  그에 관한 기록을 보면 고려 충렬왕(忠烈王)원년에 태사국(太史局)에서 아뢰기를,

 

"동방(고려)은 오행(五行)중 금(金)의 색깔인데, 지금 나라사람들이 군복을 입고, 흰 모시옷으로 윗옷을 많이 입으니,

 

이것은 목(木)이 금(金)에 제어되는 형상입니다. 백색 의복을 금하기를 청하나이다." 하니,  왕이 그 말을 좇았다 한다.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 시대에도 청색 숭상의 관습이 이어져 백의 금령이 내려진 적이 있었는데"

 

숙종 신미년 17년에 왕이 명하여 흰옷을 금하고 푸른 옷을 입게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러한 음양오행 사상은 지금까지도 풍습이나 이야기, 습관 등 생활 속에 뿌리 깊이 남아 있다.

 

음양오행 사상은 동양 색채 문화의 근간이어서 한. 중. 일 모두가 음양오행사상을 맞추어 오방색과

 

자신들의 색을 만들어 사용하였기 때문에 민족마다 선호하는 색이 조금 다를 뿐 거의 비슷한 색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리고 한. 중. 일 모두 색의 주된 사용자는 당시 지배계층이었다.素色에서 素자는 흰 소 또는 순백 소를 말한다.

 

그래서 빛깔이 흰 옷을 소의(素衣)라 하며,겨울의 흰눈을 소설(素雪), 흰 얼굴을 소안(素顔)이라고 한다. 

 

어원자전을 보면 소(素)자는수(數)자의 윗부분의 변형으로 누에에서 빼내는 생사가 한 줄씩 내려옴을 나타내는

 

회의문자이며, '본래의 그대로'라는 뜻이다. 원래 소색의 백색을 순수한 우리말로 표현하면 '하양' 혹은 '희다'라고 하며 

 

음양오행의 의미체계에서는 의(義)를 뜻하고 수호신으로는 백호가 된다.  또한 동양의 공간 개념으로 백색은서쪽 방향을

 

말하는 것이고,  시간 개념으로는 사계절 중 가을에 속하며 상징적 개념으로는'하늘'을 가리킨다. 

 

그래서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하늬'바람이라고 부르며 천신(天神)을 '하느님' 이라고 부른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우리가 흰옷을 즐겨입는 것은 곧 '하느님'을 숭상하는 경천사상에 연유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모든 종교를 초월하여 늘상부르고 있는애국가 가사 속의 '하느님'도 결코 '하양(白)'  '하늬(西)'  ' 하늘(天)' 과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물. 바람. 태양. 자연이 만들어 낸 소색素色

 

소색의 아름다움은 무명이나 모시부터 창(窓)과 문(門)에 바른 한지(韓紙), 벽에 바른 석회,백자, 조개껍질로 만든 호분,

 

자연이 만든 자연의 결정체 소금, 그리고 겨울의 상징인 눈 등수없이 많은 것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색의 백색은 광선을 반사하여 번쩍거리는 백색이 아니고 빛을 흡수하는 듯한 은은한 빛깔이며

 

화학 약품으로 처리되어 표백된 순백색이 아닌 옅은 색상을 띤 백색이다. 

 

같은 백색이라해도 민족마다 색감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가 있기에 각 민족들이 느끼고 좋아하는 백색의 색감은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 선조들이 애호한 백색은 조선 백자의 투명함과 세모시 백색 도포에서 보이는

 

격(格) 있고 깊이 있는 백색이다. 자연이 만든 소색은 여러 가지 색을 지니고 있다. 

 

젖빛 같은 유백색도 있고, 달걀빛 같은 난백색도 있으며 그냥 희기만 한 순백색도 있다.

 

그리고 잿빛을 곁들인 회백색, 누르스름한 황백색, 푸르스름한 청백색 등 소색의 색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자연이 素色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자연 스스로가 소색의 재료가 되는 기본적인 소색과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재가공한 백색 소색이 있다.  대마나 저마 식물에서 만들어낸황색 계열의 소색 삼베나 모시, 목화가 만들어낸

 

순백색의 무명, 뽕나무 잎이 누에라는 곤충을  통해 만들어낸  황백색의 비단 등은 자연이 만들어낸 기본적인 소색이다. 

 

그 밖에도 흙과 유약이불과 만나 백색의 고령토, 자연에서 길러낸 우리의 주요 식량인 백미, 해풍과  햇볕을 이용하여

 

바닷물로 만들어낸 백색의 소금, 이 모두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기본적인 소색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소색에 다시금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백색으로 변화시킨 것이 백색 소색이다.

 

쌀과 물, 그리고 누룩이 시간이라는 발효를 통해 만들어낸 막걸리의 백색, 이런 막걸리에 불이라는 열로 증류하여 만든

 

투명한 백색 산물 청주, 흰 조개껍질에 시간과 불을 주어 만들어낸흰색 물감 호분, 황갈색 닥나무 껍질을 물과 햇볕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흰색 닥종이 등이 기본적인 소색에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다시 만들어 낸 백색 소색을 띤다.

 

 

민족民族마다 선호하는 색色이 다르다

 

혹자는 우리 민족이 가난하여 색깔을 잘 못 쓰는 민족이라든지, 색에 대한 표현력이 없어 어쩔수 없이 흰옷을 입었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색 문화를 격하시키는 말이다.  

 

우리 민족을 비애의 민족으로 보는 야네기 무네요시의 이론  '조선의 역사는 고민의 역사이며 예술의 미는 비애의 미'와 

 

우리 민족의 백색을 상복으로 언급한 육당 최남선의 글 "흰옷을 입는 한민족은 언제나  쓸쓸하고 심성이 맑은

 

마음의 상징이며 , 백성은 흰옷을 입음으로써 영원한상을 입은 것이며, 한민족의  고통스럽고 의지할 곳 없는 역사적

 

경험이 흰옷을 입게 했으며,오히려 어울리게 만들었다"는 일제 강점기의 식민사관에서 비롯된 잘못된 이론이다.  

 

민족이나 집단마다 선호하는 색상과 배색이 있기 마련이다. 

 

민족마다 그들의 환경과 민족정서에 맞는 색상을 지니고 있으며,제각기 자신들이 색에 대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윤리에 대한 의미 체계를 갖추고 있다.우리 민족이 흰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중국인들은 대체로 황색을 선호하고

 

일본인들은 청색을 선호한다.  아마 이러한 현상은 주위 환경(토양, 바다)이나 민족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누런 황토나 파란 물만 보고 평생 친숙함을 느끼며 살았다면 그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색상은 

 

'황색'과 '청색'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이 각 민족들마다 지니고 있는고유의 색채 개념이다.

 

우리 민족이 갖는 색상의 다양성은 멀리 고구려 고분 벽화, 삼국 시대의 복식, 고려 불화, 조선의 사대부와 궁중의상,

 

단청 등우리 민족이 소색을 즐겨 사용하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자급자족과 편리성, 그리고 염료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평민들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 스스로 의복의 소재가 되는 천(무명, 비단, 삼베,모시)의 재료를 직접 재배하여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이러한 천을 세탁할 경우도 집 안에서 타고 남은 재에서 추출한 잿물을 자연표백제로 이용하여 세탁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곡하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의 평민들에게 소색을 선호하게 하였다.

 

당시 염료의 가격이 비싸서 일반 평민들이 사용하기 힘들어 염색하지 않은 소색所色을 입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평민들이 색깔 있는 옷을 선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조선 시대엔 평민들이 염색할 염료를 얻기 위해

 

벼농사보다 염료 재배를 선호하는 바람에 쌀 수확량이 감소하여 염료 재배를 금지시킨 경우도 있었다.

 

 하얗다고 해서 결코 깨끗하거나 위생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백색을 만들 때에는 아무런 오염이나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첨가하지 않고, 자연을 이용하여 황갈색의 닥색을하얀 종이로 만들어 낸다. 

 

이러한 점은 만드는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닥나무에서 벗긴 닥나무 껍질이 얼지 않도록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린 다음, 잘 삶아 흐르는맑은 물에 3-7일 정도 담가 두어 원료 전체에 햇빛이 골고루 내려쬐게 해주면 황갈색 닥나무가

 

하얗게 표백이 되는데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하얗게 된다.   이것을 일광유수(日光流水) 표백이라고 한다.

 

이렇듯 소색은 자연 자체의 산물이며 햇빛, 물, 바람, 불, 시간 등 자연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자연의 색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