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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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anic Garden

붉은겨우살이, 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종자식물

안젤라Angella 2021. 1. 8. 03:00

 

 

 

"겨우살이"는 참나무류를 비롯해 팽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 자작나무, 산돌배나무, 버드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느릅나무, 오동나무 등과 같은 활엽수에 기생하는데, 특히 참나무류에 기생하여 살아간다.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겨우살이류에는 겨우살이를 비롯해서 붉은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등 5종이 있다. 일종의 기생성 종자식물로, 다른 나무의 가지나 어린 줄기에 침입하여 기주식물로부터 물과 양분을 흡수해서 살아가지만, 녹색의 잎이 잘 발달하여 광합성을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반기생성 상록 관목으로 볼 수 있다.

 

겨우살이처럼 증식 방법이 낮은 곳에 사는 식물들은 그 나름의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다. 겨우살이의 열매는 산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다. 반투명한 점액질로 되어 있는 열매는 끈적끈적하여 새들이 먹으면 새의 부리에 붙게 되는데, 씨앗을 떼어 내기 위해 부리를 나무에 비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무에 달라붙거나 배설 등으로 높은 나무에 달라붙게 되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게 된다. 속명 ‘비스쿰(Viscum)’은 라틴어 ‘새를 잡는 풀’에서 유래한다. 종소명 ‘앨붐(album)’은 ‘흰색’이라는 뜻이며, 변종명 ‘콜로라툼(coloratum)’은 ‘다채로운 색’을 뜻한다. 실제로 옛날에는 겨우살이의 열매를 새를 잡기 위한 끈끈이의 원료로도 이용하였다. 종자가 착생하여 두 개의 잎이 나올 때까지 대략 5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장고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르는 이기적 식물처럼 보이는 겨우살이는 한방에서는 유용하게 사용된다. 줄기와 잎은 동맥경화, 진통, 진정제는 물론 요즘에는 항암 작용 및 당뇨에 효험이 있다는 매스컴 보도에 전국 산림에 자라는 겨우살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겨우살이 중에서 반드시 참나무 종류, 특히 떡갈나무에서 자란 것만을 최고의 약으로 쓴다고 한다. 버드나무나 밤나무 같은 데서 자란 것을 달여 먹으면 두통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고 하니, 같은 겨우살이라도 어디에서 자라느냐에 따라서 약효가 다른가 보다. 그리고 전염병이 돌 때 대문에 겨우살이를 매달아 역귀를 막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겨우살이는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겨울에 다른 나무들은 푸른 잎이 모두 떨어져도 겨우살이는 죽지 않고 푸른빛을 잃지 않음에 영원한 부활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겨우살이는 항암효과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널리 쓰는 천연 암치료제가 겨우살이 추출물이다. 추출액을 발효시킨 이스카도르(Iscador)는 세포 독성과 면역체계 자극효과의 두 가지 기전이 암세포에 대항하고 방사선항암치료의 부작용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겨우살이를 가공하여 항암제 또는 고혈압, 관절염 치료약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자란 겨우살이가 유럽에서 자라는 겨우살이보다 항암효과가 월등하게 높다는 것이 실험결과 밝혀졌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독성물질인 렉틴(lectin), 비스코톡신(viscotoxin), 아세틸콜린 등의 독성을 함유하고 있어 심장근육수축, 위염, 설사, 구토의 위험성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