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너는 나의 계절이고 나는 너의 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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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anic Garden

비비추, 이름도 예쁘고 꽃도 예쁜 보라빛 향기

안젤라Angella 2021. 7. 21. 03:00

 

 

 

계절로 여름이 된 지 오래지만, 짧아진 봄이 너무도 아쉬워 마음으로는 미루어 두었던 여름을 이제는 제대로 맞이해야 되나 싶다. 여름을 생각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꽃이 바로 비비추이다. 반쯤 볕이 드는 나무그늘 아래 싱그럽게 잎을 펼쳐내 지면을 덮고, 여름이면 꽃대를 올려 작은 나팔 같은 보랏빛 꽃송이들을 줄줄이 피워낼 비비추 꽃무리들을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비비추란 이름이 참 곱다. 어느 문헌에도 이름의 유래가 기록되지 않아 항상 궁금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제법 그럴듯한 설명이 있다. 잎이 꼬여서 ‘비비’, 어린 잎을 먹을 수 있으니 취나물의 ‘취’에서 ‘추’로 바뀌어 비비추가 되었단다. 돌돌 말려 올라온 새싹이 풀어지듯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사진 작가 김정명 선생님은 비비추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작은 새들이 “비비추 비비추” 우는 듯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마음의 귀를 열고 그 꽃들을 보면 절로 입가에 행복이 머문다. 우리나라에는 비비추 말고도 일월비비추, 흑산도비비추, 좀비비추 등이 자란다. 이러한 ‘비비추 집안’을 통틀어 부르는 속명(屬名)은 ‘호스타(Hosta)’라고 한다. 대부분의 비비추는 연한 보라색 꽃이 피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흰꽃의 옥잠화도 비비추 집안에 속한다. 정원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장미, 아이리스, 원추리 같은 품종들이 오래도록 인기가 있었다. 한동안 비비추 정원이 유행처럼 번졌고 수많은 품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2500종류가 넘는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혹시 비비추란 이름을 처음 들으셨을지 모르겠다. 아마 사진을 보면 “아하, 이 꽃!”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공원이나 학교, 아파트, 가로화단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 꽃이기 때문이다.

 

 

산에서는 야생화가 곱고 좋으나 가까이 두기에는 까다롭고 어렵다는 이들이 많은데, 비비추는 도시로 내려와 성공한 대표적인 야생화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택식물원, 고은식물원 같은 곳에 가면 다양한 잎모양을 한 비비추속 식구들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수천의 품종을 만들어 내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비비추 집안 식물들은 자생지가 서양이 아니라 동아시아 특산 식물이라는 점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에 35종류의 자생종이 있는데, 이들을 부모로 삼아 육종돼 수천종의 품종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록을 더듬어 보면 1784년에서 1789년에 동인도회사 소속 의사였던 엥겔베르트 캄퍼(Engelbert Kampfer)가 일본 나가사키에서 머물며 그린 두 종의 그림으로 알려졌고, 그즈음 마카오에 있던 프랑스 총독이 파리로 보낸 종자가 최초로 서양에 보내진 것이다. 본격적으로 원예종들이 개량된 것은 1900년대 후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