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있는 10여 종의 ‘꿩의다리’ 중 단연 비주얼 으뜸이다. 뒤뚱거리며 달아나는 날씬한 꿩의 다리를 닮아 그리 붙였다는데 재미는 있지만 화려한 모양새에 그리 썩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미모와 함께 금빛 수술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금꿩의다리’인데 거들먹거리는 부자의 돈주머니가 연상되기도 한다. 화단에서도 많이 키우지만 사는 곳이 숲 속, 습기가 많고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중부를 중심으로 살고 있어 남쪽에서는 금꿩의다리를 볼 수 없다.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 보아야 할 만큼 키가 껑충하다. 줄기가 가느다랗지만 큰 키를 감당할 정도로 강하다는 얘기겠다. 꽃으로 보이지만 꽃받침인 네 깃 모자의 보랏빛과 풍성한 꽃술의 금빛은 푸르디푸른 한여름의 숲 빛깔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꿩의다리 집안뿐아니라 ‘여름 숲속의 여왕’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겠다. 분명 우리나라 특산식물인데 들꽃이라기보다는 왕궁 뜨락에 피어있어야 할 것 같은 도도함이 풍겨난다.
드물게 하얀색을 띠는 금꿩의다리가 있는데 올해는 예전의 풍성한 모습이 아니어서 맘 한쪽이 서운하다. 변이종이라 이름은 따로 없고 금꿩의다리 흰색이라 불러주어야 정확한 표현이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꽃들을 찾아가 이리 쳐다보고 저리 살펴보는 동안은 반가움과 호기심,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기운을 주고받는 가슴 떨리는 시간이다. 허락된 시간만 피고지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삶의 궤도가 다른 이 아이들을 지금 헤어지면 언제 또 볼까 하는 아쉬움도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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