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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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구두

파리의 추억은 빵에서 시작되었다

안젤라Angella 2009. 11. 16. 23:56

        파리의 추억은 빵에서 시작되었다 

 

 

카르티에 Cartier 현대미술관재단에서 열리는 전시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기획했다는 전시, 이름하여 "빵 전시 Pain Couture" 였습니다.

 

4,000개가 넘는 바게트를 비롯해서 동그랗고 길쭉한 가지가지 모양의 빵이 전시장을 뒤덮었지요.

 

이른바 "빵들의 향연"입니다.  저 멀리 유리 전시관 밖에도 무언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굴비라도 꿰어 놓았나?  모두 바게트 였습니다.  미술관 천장부터 바닥까지 줄줄이 엮어 매달려 있었습니다.

 

빵이 관능적일수도 있습니다.  올록볼록한 빵은 모여서 육감적인 여성의 몸에 입힌 드레스로 변했습니다.  꼭짓점을 향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의 크루와상은 여상의 가슴이 되었습니다.  얇게 자른 호밀 식빵을 이어 붙이니 당장이라도 좌르르 흘러내릴 듯한

 

드레스 끝자락이 됐습니다.  빵 작품만으로도정신이 혼미해지는데 옆에서는 천을 휘감은 모델이 빵을 들고 다니며

 

팔고 있었습니다.  엉덩이를 살랑살랑 춤추며 말이지요.  장 폴 고티에, 그의 디자인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빵 전시만큼은 사랑하렵니다.  프랑스인은 전시를 해도 빵을 갖고 이렇게 장난을 칩니다.

 

프랑스인의 삶에 빵은 빠질수 없는 존재, 곳곳에 자리한 빵집은 그들 삶의 필수요소입니다.

 

이들에게 빵을 빵 이상으로 더 중요하게 만든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끝난 뒤 국민들이 먹을 빵이 없어 힘들어 한다고 하자, 그는 "그러면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그 유명한 말을 했다지요? 성난 시민의 마음에 불을 질러 버린 그 말로 인해

 

빵은 배고픔을 달래는 식량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유명한 무엇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프랑스 혁명이후 지금껏 프랑스 정부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게 있으니 바로 빵 값을 올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 먹을 수 있을만큼 적정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랍니다.

 

동네 빵집에 가서 빵을 사기 위해 줄 서는 것은 파리지앵의 하루 일과중 하나입니다.  막 구워낸 따뜻한 바게트를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묘한 흥분이 전해오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겁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그 날 오후 먹을 디저트용으로 케이크와

 

타르트를 사는 사람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종이에 싼 바게트를 소중하게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그 바쁜 걸음걸이.

 

돌아보면 프랑스라는 나라를 만나는 나의 특별한 순간마다 빵이 함께 했습니다.  파리에 난생 처음 갔던 대학시절,

 

크루아상을 먹었습니다.  터키군과의 전투에서 이긴 폴란드 군인이 터키 제국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을 본 떠 만들었다는 빵, 크루아상.

 

프랑스 여행을 시작하면서 긴장이 되었던 탓인지 막연히 달착지근한 게 먹고 싶었던 나, 그래서 샀던게 초컬릿 조각이 송송 박힌

 

팽 오 쇼콜라였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이란 제과점 브랜드가 있다고 하면 다들 신기해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파리표 바게트"에 관한 일화가 있습니다. 뉴욕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무리 바게트를 만들어봐도 파리의 그 맛이

 

안 나더랍니다.  고급 식당의 프랑스인 요리사도 초빙해 보고, 밀가루와 첨가물까지 모두 파리 것으로 했는데도 뭔가 부족했다는 것인데요,

 

결국 파리의 바게트 맛을 내는 비결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찝찔한 맛이 나는, 석회질 많은 파리의 물에 있었습니다.

 

요리사의 손맛, 밀가루,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파리의 물이 들어가야 진짜 "파리바게트"가 탄생한다는 신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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