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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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Spoon

시래기, 오래오래 푸르른 날을 기억하는 채소

안젤라Angella 2012. 12. 23. 04:00

 

시래기, 오래오래 푸르른 날을 기억하는 채소

 

 

 

 

"배추는 다섯번 죽는다.  땅에서 뽑히면서 죽고,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죽는다.  소금에 절여지면서 죽고, 고춧가루, 젓갈에 범벅이 되면서 죽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장독에 담겨 땅에 묻히면서 죽는다.  이 급박한 "칼부림"에 배추는 유서 쓸 시간조차 없다.  죽는 이유는 오로지 맛있는 김치를 위해서더.

 

김장을 담글때 넣는 풀은 세균들이 먹을 밥이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소금에 죽지만 유산균은 남아서 김치를 익힌다.  김칫독을 큰 돌로 누르는 것은 유산균이 아닌

 

산소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김치는 발효식품이다.  발효는 푹 삭히는 것이지만, 삭혀야 맛이 든다.  이때 쓰는 소금은 배추를 죽이는 동시에 김치를 살린다.

 

소금을 제 1의 맛, 양념을 제2의 맛이라고 한다면 발효의 맛은 제3의 맛이다."

 

 

 

"예전에는 오줌을 거름으로 썼다.  오줌에는 여자들의 "내방오줌"과  남자들의 "사랑방오줌"이 있다.  여자들의 오줌은 고추, 깨, 오이 등 열매채소에 유익하다.

 

반면 남자들의 오줌은 배추, 무, 파 등 뿌리채소에 좋다.   이것이야말로 절묘한 음양의 신비다.  고구려는 발효식품에 일가견이 있었고 , 백제는 염장식품에 탁월했다.

 

이떼 만든 김치가 일본에 건너가 조선의 맛을 알렸다.

 

그런데 지금의 김치 형태는 임진왜란때 일본 고추가 들어오면서부터이다.  고추는 캅사이신으로 배추를 죽이지만 김치의 사각사각한 신선도를 살린다.

 

옛어르신들은 먹기에 고통스러운 풀이라고 해서 고초(苦草)"라고 불렀다.  거친 땅 푸서리에서도 잘 사는 고추는 씨앗이 개당 145개 들었다.  한 그루에 70~80개의

 

고추가 달리니, 고추씨 하나에서만 1만개 넘는 씨앗이 생기는 셈이다.  정말 다산(多産)의 상징이다. 

 

 

충청투데이 나재필편집장(논설위원)님 모습.  사진 왼쪽 첫번째 어르신이 우리 모두가 좋아하고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나재필논설위원님. 

나재필 논설위원처럼 실력있고 인품 훌륭하고 후배직원들 잘 챙기는  좋은 어르신 모시고 근무하는 충청투데이 편집부 팀원들이,,,, 우리는 무척 부럽다.

충청투데이 종이신문 펼쳐들면 21면 "충청로"를 집필하시는 중,,,Angella는 충청투데이 종이신문 독자이다.  2008년부터,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그리고 이제 2013년에도,,,,,충청투데이의 편집 스타일이 마음에 들고, 그리고 나재필논설위원님의 "충청로" 보느라 충청투데이 종이신문 본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쩨가 정진영기자. 정진영기자는 2009년에는 충청투데이 기자였는데, 2010년부터는  코리아헤럴드기자이다.

 

 

 

채마밭에서 자라는 배추는 거저 얻는게 아니다.  종일 김매고, 솎아주고, 북주고(흙을 긁어 올려 식물의 뿌리를 덮어줌) 물을 준다.  땅심이 있어야 벌레도 덜 끼고

 

실하게 크기 때문에 두엄도 두껍게 깐다.  이렇게 자식처럼 키운 배추는 여린 건 토장국을 끓이고, 조금 자란건 겉절이로 무쳐먹는다.  김장으로  쓰이는 것은 최종 선택된

 

것들이다.  흙은 거짓이 없어 가꾼대로 거둔다.  김치 맛이 좋아야 살맛이 나는데, 김치맛이 좋으려면 양념이 좋아야 한다.  요즘 양념값이 하도 비싸니 "김포댁(김장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한다.  서글픈 소식이다."

 

 

 

 

"김장은 아무 때나 하지 않는다.  찬바람이 불면 특별한 날을 받아 몸가짐을 살피며 담근다. 

 

한쪽에선 소금물에 절인 배추를 씻어 소쿠리에 담고, 한쪽에선 무채, 파, 마늘,생강을 준비한다.  무채에 양념 다진 것과 멸치젓 생새우, 생굴, 배 등 온갖 걸 넣고 속을 만든 다음,

 

배추에 버무린다.  간이 적당한지 배춧잎에 싸서 서로 입에 넣어주는게 행복의 염도다.  다 버무리고 나면 독에 차곡차곡 넣고 우거지로 덮는다."

 

 

"김장을 하고 나면 무청을 말린게 시래기다.  시래기는 헌신적이다. 

 

제일 먼저 "쓸모없는것"으로 버림받지만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기억하는 채소이기 때문이다.

 

당신도 이런 푸르른 마음을 갖고 사는가, 어느 누군가에게 양념 같은 존재로 살고 있는가,

 

속이 그득 찬 배춧속처럼 발효된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조미료 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다"

 

 

*출처 - "충청투데이"종이신문 2012년 11월 08일자 21면 "충청로" 나재필 편집장 어르신의 글 중에서,,,,,,

충청투데이 나재필 논설위원님은 "대한민국 신문 편집계의 거목鉅木"이라 일컬어지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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