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술자리에 참석하는 날의 "술이야기"
주선(酒仙)인 내 남편의 오랜 소망은 내게 술을 가르쳐서 남편과 내가 마주앉아 대작(對酌)하는 것이다.
술을 잘 마시고 주량이 센 남편과는 달리 나는 술(알코올)에 약한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술을 못한다고 내숭을 떠는 스타일은 아니고,
술 마실 자리에 참석하면 술잔을 받기 전에 먼저 권하고 술자리를 분위기 띄워가며 잘 노는 편이어서 어느 누구도 내가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르는거 같다. 내 나름대로 임상실험을 거쳐 내가 마시는 있는 술이 몇가지가 있고, 이를테면 스카치위스키, 와인, 맥주, 히레사케 같은.
그걸로 대충 분위기를 맞추기도 하고, 소주를 마실 자리면 미리 술집(혹은 식당) 직원을 섭외해서 내 자리에는 소주병에 생수를 담아서 세팅해 놓는다거나
해서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마시기는 하지만 사실은 생수잔을 들고 원샷, 완샷 자유자재로 다 한다는. 소주병에 사이다를 넣어 놓고 마시면 어떻냐구?
사이다는 탄산음료라서 기포가 발생해서 소주가 아닌 티가 나고 소주와는 질감이 달라 티가 난다, 생수가 소주와 질감이 가장 비슷한 거 같다.
사실 내 평생에 마신 소주를 다 합쳐봐야 소주1병이 채 되지 않을것이다. 소주를 일부러 안 마시려고 한 건 아닌데, 소주는 독하고 목넘김이 거칠어서 마시기가
힘든거 같다. 여럿이 모여 앉아 소주를 마시는 자리면 소주 대신 순한 술을 주문해서 마신다. 이를테면 산사춘, 산사춘 스파클링 같은.
알코올 분해능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차례 마실수 있는 적당량은 성인 남성의 경우 알코올 50g 정도로 소주는 반 병(3~4잔), 양주 3잔,
맥주 2병 정도이며, 여성의 경우 그 절반 정도라고 한다. 나는 알코올 분해능력이 좀 떨어지는거 같아서 내 주량에 맞춰서 마시는 것일뿐이다.
몇년전에는 "히레사케"를 자주 마시기도 했었다. 일본술인 "정종"을 따뜻하게 뎁히고 도자기잔에 담아 불을 넣어 따뜻하게 마시는 술, 히레사케.
복어지느러미 말린것을 두개정도 띄워야 제격인데, 이 복어지느러미를 건조할때 푸르스름하고 약간은 붉은빛이 섞이도록 건조한 것을 사케에 넣어 끓여야 제격이다.
이 제대로 된 히레사케를 찾으러 전민동, 둔산동, 한남동, 서초동 일대를 다녔었다. 한남동의 어느 가게에 가니 이 제대로 건조한 복어지느러미를
띄워 만든 히레사케를 도자기잔에 그럴듯하게 세팅해 주는 곳이 있었다. 그 세프가 히레사케를 잘 알고 있어서 "사케"이야기를 한 10분은 했던거 같다.
그렇다면 나는 소주를 안 마실뿐 다른 술은 대충 마시는거 같기도 하다.
나는 "와인"을 좋아하는데, 와인은 분위기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실수 있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취하지 않으면서 마실수 있어서 좋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이 있는데, "1865 Reserba Marlbec" 이다. Marlbec라는 품종은 느낌이 좀 무겁다고 하는데, 나는 이 Marlbec이 내 입에 맞는거 같다.
까르미네르는 싱거운거 같다. Sirah도 별루이고,,,"Marlbec"이 수입량이 많지 않아서 구하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이 "Marlbec"이 있을때 여러병 사두는 편이다.
술에 취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필름이 끊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오래전에.
남편과 마주 앉아, Balentine21 700ml 2병을 놓고 안주도 근사하게 차려 놓고 마셨는데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나는 완전히 취했다는.
사실은 술기운을 핑계삼아 술에 취한척 하면서 그즈음에 내가 하고 싶은말을 했는데, 남편은 묵묵하게 듣고만 있었다. 술에 취한 모습이 예뻤다나 뭐라나???
Balentine21 700ml 한 병을 거의 마신거 같은데 필름이 끊기지는 않은거 같고 취한척 하기는 했는데, 그때 정황이 기억은 있었다는.
그러고보면 나도 "잠재주량"이 조금 되나 보다. 하긴 친정아버님께서 술을 즐기는 편이어서 내 유전자 속에는 술을 잘 마시는 유전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내가 술을 잘 마실거 같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Scotch Whiskey 1잔(스트레이트잔으로 1잔)이면 30분 이내에 잠이 들고 7시간 정도는
숙면을 취할수 있어서 그리고 다음날 숙취가 전혀 없어서 숙면을 취해야 할때 때로 Scotch Whiskey 를 마시기도 한다.
남편의 직장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원들 전체가 회식을 하고, 저녁6시에 퇴근하여 1차에서 식사하고 2차 3차를 거치는 동안, 술도 많이 마시는 편이다.
남편이 회식한다고 하면 술 조금 마시고 집에 빨리 들어오라고 전화한 적은 없다. 1개월에 1~2번 하는 회식이니 그날 만큼은 먹고 싶은만큼 마시고 싶은 만큼
실컷 마시고 즐기기를 바란다. 남편이 술을 즐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술 마시고 실수를 한다거나 한 적은 없어서 마실땐 마시고 싶은만큼 마실수 있도록 편안하게
해주는 편이다. 남편은 필름이 끊길만큼 많이 마셨을때도 우리 아파트 현관문 안에 들어와서 거실 소파에서 앉고 나서야 그리고 집안을 한번 휘익 둘러보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그대로 잠이 든다. 어떻든 현관문을 통과하는 순간까지는 아무리 많이 마신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통과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주정혹은 주사를 한다고 하는데 남편은 술을 마시면 기분이 매우 좋아져서 이야기도 잘 하고 선물을 꼭 사들고 오는 편이다.
내가 평소에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걸 기억했다가 술기운에 카드로 긋는거 같다. 때로는 꽃다발, 때로는 보석, 때로는 화장품,,,,
저녁 6시에 시작한 회식자리가 새벽 2시 혹은 3시에 끝나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밤 11시쯤(그때가 아마 2차가 끝나고 3차로 옮기는 타이밍일거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오고, 어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지 그리고 3차는 어디로 갈 건지 이야기를 해 주곤 한다.
나는 남편이 회식을 한다고 하는 날이면 초저녁부터 일찍 잠을 자둔다. 남편이 6시에 퇴근하여 회식을 하고 술을 마시는 동안 나는 잠을 자는 편이다.
남편의 술자리가 끝나는 새벽 2,3시면 승용차를 운전해서 남편을 모시러 가야 하는 것이다. 밤 12시가 넘으면 1차도 끝나고, 2차도 끝나고, 그리고
3차를 진행하면서 술을 마실줄 아는 "소수정예멤버"만이 신성동의 모 술집에 남아 있고, 남편은 이때쯤 전화래서 나를 불러낸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내 와이프야" 하면서 자기 무릎에 나를 앉혀놓고 술을 마시기를 좋아한다.
술자리가 끝나면 남편만 모셔오는게 아니라 "소수정예멤버" 2~3명 정도가 더 우리집에 오기도 한다. 남편의 부하직원이지만 남편의 학교후배이기도 하고
얼굴을 가끔자주 보니 나를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멤버들이다. 이 멤버들 데려다가 우리 아파트에서 재우고 다음날 아침식사며 해장국이며 챙겨 먹여서
출근시키기도 숱하게 했다. 이 멤버들이 내게 여동생을 소개시켜 달라고 졸랐는데, 아쉽게도 내겐 여동생이 없다. 학력 Excellent하고 직장인으로서 위치도 좋은
Scientist Researcher 프로필을 수십개 갖고 있었는데 이 프로필을 Base로 도룡동 연구단지 사거리에 결혼정보회사 하나 차렸어도 되었을텐데,,,,,,
한 번은 프로젝트가 끝나고 회식을 거하게 하는 날이었는데 이날 남편의 컨디션이 별루였던거 같았는데. 2차가 끝날 시점이 되어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떤 어떤 과정을 거쳐 남편의 위치를 찾은게 새벽 2시였는데, 사실 11시쯤 그 술집의 마담과 통화를 해서, 또 1시쯤에는 마담의 기둥서방과 통화가 되어
위치를 파악해 둔 상태였다. 새벽 3시, 술마시던 일행이 모두 너무 취하고 너무 즐겁게 놀다 자리가 파한거 같고, 그 자리의 보스인 남편이 너무 많이 취한거 같고,,,
그 자리에 내가 나타나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카운터에 "술값계산"은 되었는지 일행들은 모두 안전하게 귀가했는지 묻고는 남편을 모시고 귀가했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한참동안 신성동 일대에 "Beauty & Misty"로 소문이 자자했었다는.
'Paper Spo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날리기, 에헤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0) | 2013.02.08 |
---|---|
친구야놀자, 제기차기 (0) | 2013.02.07 |
역대 대통령들의 서명은 어땠을까? (0) | 2013.02.04 |
가또블루, 로맨틱한 파란창문 디저트카페 (0) | 2013.02.03 |
아이방에 이그림 어때요? 작가가 들려주는 동화이야기 (0) | 2013.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