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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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Spoon

김용택시인, 섬진강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

안젤라Angella 2013. 6. 17. 07:00

 

 

 

"이제 눈이 안 온다  여름이니까"

 

"여름"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서창우라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쓴 이 시는 김용택시인이 교직생활중 가르쳤던 한 학생의 시(詩)예요.

 

전라북도 임실군에 있는 덕치초등학교에서 36년간 재직하며 주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가르쳤던 김용택시인은 아이들이 느끼는 그대로를

 

쓰게 했다고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시로 다가오고 누군가에게는 말 장난처럼 읽힐수 있을겁니다.

 

시인으로서 시를 쓴다는 것은 큰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2학년 눈에서 보고 느끼는 그대로를 쓰면 그것이 바로

 

시가 되는 거랍니다.  많은 사람들은 시를 어려워 하며 골똘이 비유나 심상을 떠올리게 됩니다.  시는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 쓰면 됩니다.  자연보다 더 멋진 시 소재는 없습니다. 

 

김용택 시인과의 만남은 시가 어려운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어떤이는 김용택시인의 시집을 가져와 사인도 받아보고,,,,

 

 

 

6월 16일 오후 1시 롯데백화점 대전점 롯데문화센터 다목적홀에서 섬진강시인 김용택시인을 초청하여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라는 주제로 특강이 있었어요.   90분간의 특강및 저자와의 만남 시간이었지요.

 

섬진강시인 김용택의 시를  읽으면서 시인을 만나면 여쭤보고 싶었던 것들을 한 번 여쭤보았습니다.

 

 

 

"시인"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인가요?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시인이라고 생각하면 겁나게 쑥스러운 사람입니다.  

 

시라는게 내가 만족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게 별로 없고 또 무엇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무엇이 돼야 되겠다.

 

이런 생각들을 안 해 봤어요.   지금도 "시인이다"라고 하면 이상해요.  한때 박목월 같은 우리가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순수문학 한다는

 

사람들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어느날 그것을 벗어나서 "섬진강1"을 써 놓고 나니까 이게 시 같은 거지.  내가 봐도 "이게 시인데"하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섬진강1"은.  그러니까 너무 신이 나더라고.  그게 1980년이예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했죠.

 

나는 나이에 비해 정신이 일찍 들었던 거 같아요."

                                                                                                                      

"어머니 말씀 받아쓰면 시가 됐다."

 

그렇군요.  어머니 말씀을 그대로 베낀 시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어머니께서 그냥 말씀하시면 이게 시가 되더라고요.   나는 어머니 말을 베낀 시, 완벽하게 베낀 시가 많아요.   "이 바쁜데 웬 설사"라는

 

시가 있는데,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들었어요.  어머니가 바쁜 농사철에 바라보니 어떤 사람이 깔짐 지게를 지고 소를 몰고 오는데

 

갑자기 똥이 너무나 마려웠다, 설사가 난 거지.   소를 받치고 지게를 받쳐야 하는데, 지게를 받치자 깔짐이 넘어갔어요. 

 

풀이 허물어진 거지.  그때 소가 펄쩍펄쩍 뛰었다.  깔짐은 넘어가지. 소는 펄쩍펄쩍 뛰지.  받치기는 힘들지.  그래도 똥은 싸러 갔어요.

 

엣날에는 허리띠가 삼베였잖아요?   이번에는 또 이게 안 풀어지는 거지.  들판에 사람들은 너무 많고, 어따 대고 싸지를 못하고.

 

어머니께서 이 상황을 말씀하셨는데 나는 말한걸 그대로 베껴썼어요.

 

 

                                                                                                                                   특강이 시작되기전의 롯데문화센터 다목적홀의 모습

 

"그렇군요"

 

"하루는 어머니하고 콩밭을 매다가 감나무 밑에서 쉬었어요.  그때 구름이 지나갔는데, 어머니께서는 "구름은 둥실 비 실러가고

 

바람은 살랑 꽃 따러 가고"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걸 그대로 받아썼어요.

 

느티나무 밑에 앉아서 가만히 어른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걸 잘 들었죠."

 

 

                                                                                                 너무나 편한 옷차림을 한 옆집아저씨처럼 편안한 김용택시인이 등장했지요.

 

 

"시 "당은 비뚤어져도"와 동시 "콩, 너는 죽었다"도 그랬나요?

 

"마당은 비뚤어져도 장구는 바로 치자"는 느티나무 밑에서 어른들이 한 걸 그대로 받아쓴 겁니다.   내 생각도 좀 집어넣었고 

 

 "콩, 너는 죽었다"도  어머니가 콩 타작할때 나온 말이예요.  어머니가 콩 타작을 하는데  콩이 톡톡 튀어 올라 마당에도 떨어지고

 

도랑에도 떨어지고, "또르륵" 굴러가기도 했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쥐구멍속으로 쏙 들어가는걸 내가 잡으러 구멍까지 따라갔지요.

 

그때 어머니께서 "용택아, 콩 이제 저건 죽었다."라고 했어요.  얼른 방에 들어가서 "콩, 너는 죽었다"를 썼어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말씀 하시는걸 잘 듣고 있으면 다 시가 된거죠."

 

 

                                                                                                  다목적홀 객석은 김용택시인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김수영 전집과 김수영 산문집이요.  놀라운 책입니다.   신동엽 산문도 굉장히 빼어나요.   또 하나 좋은 책은 장욱진선생님 책이죠.

 

그 책은 선생님이 최초로 쓴 에세이집이예요.   민음사에서 나왔는데 "강가에 아틀리에"라고.  나는 그 책 참 좋아해요."

 

 

                                 성심당 롯데백화점 점장이 빵을 한아름 담아와서 김시인에게 선물로 드렸어요.  "대전을 대표하는 먹거리"라나요?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옛날에는 펜이 칼보다 강했다고 볼 수 있는데, 펜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펜은 별로,,,,,펜이 무엇이 강합니까?

 

물론 옛날에는 그럴수도 있었겠죠.   전체적으로 봤을때 펜은 별로 강하지 않은거 같아요."

 

 

김용택시인의 특강자리엔 엄마아빠 손잡고 따라온 아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지요,

얼마전 박범신작가의 특강이 이 문화센터 이 공간에서 있었는데, 그때 분위기와는 같은 공간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정말 좋은 시를 꼽으라면?"

 

"정말 좋은 시는 서정주 시라고 봐요.   김수영 시를 좋아하지만 서정주, 김소월 시도 아주 좋아요.   우리나라 글이라는게, 시라는게

 

거기서 완벽하게 떨어져 완벽하게 독립된 한 세계를 이룬, 냉정하게 세계를 다룬 시는 사실은 극히 드물어요.

 

그런 유에서 보면 김수영에게 가장 완성된 시가 많죠.   김수영 시는 한 편도 그냥 넘길 시가 없어요.  거의 다 완성도가 높은 시예요."

 

 

                                                                                            김용택시인의 특강이 있었던 롯데문화센터 다목적홀 현관의 행사안내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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