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했듯 나의 관심사는 항상 '그릇'이다.
그릇의 종류는 무수히 많고 용도나 모양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잔, 공기, 보시기, 사발, 접시, 병, 단지,
합, 주전자 등 그릇의 모양에 따라 다르기도 하며 물그릇, 국그릇, 밥그릇, 탕그릇, 쌀독, 젓갈독 등
담아내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같은 그릇이라 할지라도 차를 담으면 찻잔, 술을 담으면 술잔, 또는 물컵이나 커피잔이 되기도 한다
. 한편, 사람의 인품과 도량을 평가하는 용어로 ‘그릇’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며,
때로는 음식을 담는 실용적 목적 이외에도 시대와 생활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문화’를 담기도 한다.
임성빈, 연화보상문을 이용한 접시세트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3
임성빈, 보상화문을 이용한 다기세트, 620x620mm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3
임성빈, 우화2, 160x120x150mm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2
나는 현대 도예가로서의 성장 과정을 거쳤다. 새로이 작품을 구상할 때면 습관처럼 오래된 작업노트를 꺼내어 든다.
벌써 20여 년 전이다.
노트의 첫 장에 잉크가 묻고 나중에 꼭 만들어 봐야지 하고 전시장에 놓여있는 도자기를 그려 넣은 것이.......
이것저것 흥미로운 작품들을 열심히도 스케치 했었다. 미대에 진학한 후 첫 번째 들른 갤러리에서였다.
나를 지나가지 못하도록 발길을 잡은 작품은 우리나라의 단아한 백자도 우아한 청자도 아니었다.
미국의 유명한 현대 도예가가 만든 길쭉한 항아리 형태의 도자기였는데 대칭도 맞지 않고 다양한 색감이 서로 묘한 분위기를 내며
어우러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 때였을 것이다. 내 작품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 계기 말이다.
지금도 나의 작업노트엔 언제 만들어 볼지 모르는 숫한 아이디어들이 스케치되어지고 있다.
임성빈, Bowl of Fruit, 280x280x95mm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3
임성빈, Bowl with a Lid, 225x225x175mm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3
이후 일본의 한 민예연구가가 쓴 한권의 책이 나를 전업 도예가의 길로 들어서도록 불을 지폈으며,
운 좋게도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알 법한 몇 분의 좋은 스승님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스승님 한분이 학창시절의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시며 “네 도자기는 국적이 없어!” 라는 당시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어려운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온갖 호기심에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탓에 많은 실험적인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미감이 떨어지고 조형미가 어설펐을 진 몰라도
그 때의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한 시도 자체가 재미있어 그토록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임성빈, 3중 접시 세트, 285x285x82mm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3
임성빈, Dish with a Lid, 250x250x135mm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3
임성빈, 우화3, 140x140x200mm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3
임성빈, 우화6, 180x180x190mm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3
임성빈, 우화8,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2012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몇몇 대표적인 작품들은 역시 오래전에 스케치 해놓은 멕시코의 옛 인디언들이 만든
도기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를 그들의 제작 방식이 아닌 나만의 감성과 기법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유약의 색감과 광택의 차이를 이용해 형태미를 강조한 그릇작업을 중심으로 나의 네 번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Rim Seoungbin Solo Exhibition, Ceramic
2013. 06. 27 ~ 2013. 07. 10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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