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멀지 않을 무렵, 지리산, 가야산, 속리산, 설악산, 금강산 등 주로 명산 깊은 숲속에는 그늘돌쩌귀가 핀다. 자줏빛
이 도는 옅은 하늘색 꽃은, 마치 투구를 쓴 것 같이 생김새가 독특하다.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차례에
서너송이가 모여서 달리면 그 모습이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꽃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다섯장으로 이루어지
꽃받침이다. 윗부분은 고깔처럼 이마가 볼록하고 옆의 두 개는 동그랗고 볼록하여 아래 두 개는 긴 타원형이다. 꽃잎은
두 장이지만 꿀주머니가 되어 뒤쪽 꽃받침잎 속에 들어 있어서 정작 잘 보이지는 않는다. 꽃받침 잎 속에는 까만 꽃밥을
단 수술이 여럿 있고 수술대에는 날개와 털이 있다. 어른 허리 정도까지 자랄 만큼 제법 키가 큰 식물이다. 그러나 옆으
로 비스듬히 누우면서 자라기 때문에 그다지 커 보이지 않으며 가느다란 줄기 탓에 상대적으로 좀 연약해 보인다. 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며 양쪽의 잎이 다시 두 갈래로 갈라져 깃털처럼 가볍게 날릴 듯하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길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점차 짧아지다가 꼭대기에서는 잎자루가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언뜻보면 이 꽃은 옛날에
할머니들이 머리에 쓰던 조바위 같아 보이기도 하다. 돌쩌귀란 문설주에 다는 암수의 짝으로 이루어진 쇠붙이를 이르는
것인데 아무리 뜯어봐도 돌쩌귀와는 닮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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