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식물에 잎이 달린 계절에는 겨우살이를 제대로 찾거나 감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겨울에는 겨우살이가 푸르기 때문에 멀리서도 잘 보여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겨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겨울에 겨우살이의 수난이 시작된다. 얼마 전부터 겨우살이가 각종 항암효과와 위장병, 신경통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방송과 인터넷에서 효능과 복용법을 자세히 보도한 후부터 국민 약초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현상은 희귀한 겨우살이(꼬리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도 예외는 아니였다. 국민약초는 겨울에 쉽게 눈에 띄고 많은 사람이 찾게 되어 우리 주변의 겨우살이부터 겨우 살아남을 정도만 남게 되었다.
겨우살이는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두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는 한 겨울 새들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하여 겨우살이가 있는 숲과 없는 숲은 조류 다양성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전체에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겨우살이의 번식은 전적으로 새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열매를 보다 더 탐스럽게 보이게 하고 많이 먹게 한다(종자는 쉽게 소화되지 않는다.) 한 겨울 배고픈 새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고 번식을 해야 하는 겨우살이에게는 이보다 더 효율적인 번식방법이 없으니 서로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갖게 되었다. 실제 겨우살이는 조류와 공진화(한 종의 변화에 대응하여 진화하는 현상)의 고나계로 진화-생태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둘째, 숲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촉진제 역활을 한다. 건강한 숲에는 나이 많은 나무가 그 중심에 있다. 나이 많은 나무는 그만큼 크고 넓다. 그래서 나이 많은 나무 밑에는 햋빚이 잘 들지 않아 하충식물이 많이 살지 못한다. 하지만 겨우살이는 이처럼 나이 많고 큰 나무에 보다 많은 기회로 기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많이 기생할 경우 나무의 죽음을 촉진시킨다. 겨우살이는 증산 속도(앞에서 물을 뿜어내는 속도)가 높고 나무의 양분을 빨아먹기 때문에 기생하고 있는 가지 윗부분을 빨리 고사시켜 잘라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겨우살이가 기주식물에 많이(한 나무에 40개 이상)기생할 경우 많은 양분을 빼앗겨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크고 넓은 면적을 차지했던 나무는 서서히 썩어가 부생생물의 서식처가 되고 햋볕이 들어 하층식물이 다양하게 발생하면서 많은 곤충을 불러들이게 되어 결국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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