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 추위가 혹독했던 터라 어느 해보다 봄소식이 간절했나 보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홍매화가 피었다는 영각 앞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주위는 아직 겨울빛인데 흑갈색가지에 분홍빛 꽃송이 만개한 홍매화 한그루가 거짓말처럼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봄을 품은 꽃잎과 꽃술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만든 조화가 아닐까. 나무를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둘러선 사람들까지 비현실적이다.
조심스럽게 감탄사를 뿜으며 사진을 찍는 여행객도 카메라를 받쳐 놓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탑돌이하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꽃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래서 보고 위에서 보고, 맵시 있는 구석을 찾기 위해 찬찬히 응시하는 눈빛이 사랑하는 사람 보듯 그윽하고 부처님 대하듯 경건하다.
이런 분위기는 이 홍매화를 "자장매화"라 부르는것과 무관하지 않다. 나무의 나이는 380살, 이제 400살을 바라보고 있다. 통도사에서 전하는 "자장매"의 사연은 이렇다. 임진왜란으로 훼손된 통도사 중창에 나선 우운대사는 1643년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하고 불교계 스승의 영정을 모시는 영각을 건립한다. 상량보를 올리고 낙성을 마치니 마당에 홀연히 매화 싹이 자라나 해마다 음력 섣달에 분홍빛 꽃을 피웠다.
불자들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와 이심전심으로 통했다고 여겨 자장매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380년 가까운 세월에 견주면 나무의 크기는 크지 않다. 매서운 추위가 사무칠때 향기가 더욱 짙다는데, 올해는 그 추위 때문에 개화가 좀 늦었다. 홍매화 옆에는 산수유도 노랗게 피어나는 중이고, 경내에는 능수매화, 흰동백, 청단풍, 금옥서 등이 줄줄이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오래된 사찰이 주는 편안함, 자장매 자태와 향기에 흠뻑 취해 한참이 지난 후에야 주변으로 눈길을 돌렸다. 통도사는 오래된 절이다.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창건했으니 1300년이 넘었다.
매화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수 있으며 키가 5~6m 정도 자란다. 수많은 품종이 있고, 쓰임에 따라 매실 수확을 목적으로 하는 실매와 꽃을 보기 위해 심는 화매로 크게 나뉜다. 그래서 나무 이름도 매실나무와 매화나무 이름 양쪽을 다 쓴다.
꽃은 하얀꽃이 피는 백매와 붉은꽃이 피는 홍매를 기본으로 색깔이 조금씩 다른 수많은 품종이 있다. 홑꽃이 기본이나 겹꽃도 있다. 꽃잎 다섯장이 모여 둥그런 모양을 이루는 꽃은 꽃자루가 거의 없어 가지에 바로 붙어 있다. 열매는 과육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운데에 단단한 씨가 들어 있으며, 모양이 둥글고 짧은털로 덮여 있다. 처음 열릴때는 초록빛이나 익으면서 노랗게 되고 신맛이 난다.
매화나무는 살구나무와 비슷한 점이 많아 구별이 어렵다. 꽃이 피었을때 꽃받침과 꽃잎이 붙어 있고, 열매의 과육이 씨와 잘 분리되지 않는 것이 매화나무다. 반면 꽃받침이 꽃잎과 떨어져 젖혀져 있으며 과육이 씨와 쉽게 분리되는 것이 살구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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