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너는 나의 계절이고 나는 너의 봄이기를,,,,,,,

아름다운 여정

비단 구두

지하철에서 바닥에 주저 앉아 있던 한 소년

안젤라Angella 2009. 9. 15. 06:49

                                            지하철에서 바닥에 주저 앉아 있던 한 소년

 

 

병원에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주치의가 약을 처방해주면서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 약을 투약하고 있는 중이라서

 

차를 놓고 지하철로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주중 오전시간대라서 지하철 내부는 비교적 한가하고 조용한 편이었어요.

 

좌석에 앉아있던 내 옆으로 어느 소년이,,,키나 체격조건으로 보아서 아마 중학교 2,3학년 정도보이는,,,

 

앉는 것이었어요.  제가 앉아있던 좌석이 좌석이 가장자리 위치였는데, 아이는 그 옆 통로로

 

털썩 소리가 나도록  퍼질러 앉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나  편하게 입을만한 옷은 그나마 흐트러진 차림새였고 머리모양도 흐트러져 있었고,낡은 슬리퍼를 신고 거의 탈진해 보이는 상태였어요.

 

먹다만 생수병 하나를 들고 마치 웅크린 짐승처럼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맥을 놓고 바닥 통로에 주저앉는 거였습니다.

 

객실 내부는 한가한 편이었고 드문드문 빈 좌석도 몇 개가 있었는데, 아이는 좌석에 앉지 않고 바닥에 그런 상태로 앉아있었습니다.

 

객실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없이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아이를 이상한 아이 취급하는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아이는 마치 진공상태에 있는 것처럼

 

그 상태로 겁에 잔뜩 든 상태로 그렇게 무표정하고 무기력한 표정으로 그렇게 퍼질러 앉아 있었습니다.

 

한 역을 다 지나도록 그리고 또 역을지나도록 아이는 계속 그렇게만 앉아 있었습니다.

 

대체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이가 승차한 지역은 노은지구이고 이 지역은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생활이 안정된 쾌적한 지역이고,

 

교육열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서 이런 아이의 모습은 좀 의외였어요.

 

이 나이의 아이라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대인데, 이 아이는 무슨 이유로 학교에 있지 않고 저 차림새로 저렇게 주저않아 있는 것일까,,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요.

 

내 옆자리에 마침 빈자리가 하나 생겼고 나는 그 소년에게 손을 내밀면서 통로에 그렇게 앉아 있지 말고

 

내 옆자리로 앉으라고 이야기했지만 아이는 머뭇거리고만 있었어요.

 

어떤 여성이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걸 제지하면서 잠시만요, 이 자리에 저 학생을 앉게 하십시다,,,

 

제가 다시 따뜻한 음성으로 그 아이에게 내 옆자리에 앉으라구 부드럽게 이야기하면서 손을 내밀어서 이끌어주니

 

아이는 그제서야 좌석에 앉았습니다.

 

 무게감도 없이 그렇게 풀썩,,,,,,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또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YMCA가 운영하는 어느 청소년문화단체에서 운영위원 역할을 하고 있고,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청소년상담사Counselling 과정 연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센터엔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고, 청소년상담실이 있고,

 

 여기엔  전문적인 Counselling Staff들이 있어요.

 

여기에 후원금을 내거나 후원금을 낼 수 있는 사람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주말이면 지인知人들과 함께 어느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거든요.

 

Counselling이라고 하면 충고를  한다거나 조언을 해 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저는 청소년상담실을 통해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면 이런 일반적인 Counselling 방식보다는

 

그냥 친구처럼 어울려주고 "같이 생각해보자"라는 분위기를 만드는 스타일입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마인드가  일반 사람들보다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아무 말두 묻지 않은채로 아이를 내 옆자리에 앉힌채 지하철을 타고 같이 오면서

 

내가 이 아이에게 어떻게 해 줘야 할까 가만히 생각했어요,,,,,

 

이윽고 제가 내려야 할 역이  다가오고 있었고,

 

저는 그 아이에게 제 명함을 쥐어주었습니다.  공중전화 카드도 함께,,,

 

그리고 이야기했지요.

 

"내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렴,,,,난 네 편이야."

 

 

 

바쁜 일과를 마무리해 놓고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내리는 스산한 날씨였습니다.

 

어두워져 가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 소년을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 전화는 오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잠시 혼란스러웠던 그 소년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편안한 상태이기를요,,,,,,,,

 

 

 

문득 "아름다운 것들"이란 노래가 생각납니다

 

초등학생때 걸스카우트Girl Scout 활동하면서 배운 노래예요.

 

꽃잎 끝에 달려있는 작은 이슬방울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음,,,,,,어디로 가야할까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 

무엇이 이 숲 속에서 음,,,,,이들을 데려갈까 

엄마 잃고 다리도 없는 가여운 작은새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음,,어디로 가야할까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 

무엇이 이 숲 속에서 음,,,이들을 데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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