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의 슬픈 역설
6년째 1000원에 3개, 수지타산 안 맞아도 노점은 더 늘어
"지금이야 아파트 단지지만 20년전에는 완전 촌동네였지. 다른건 다 변했는데 이거 하나는 정말 바뀌지가 않네."
겨울비가 스쳐간 주말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신성동 두레아파트 앞에서 붕어빵을 파는 김모씨(42세)가 "붕어빵 3개에 1000원"
이라 적힌 가격표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1993년부터 겨울부터 이곳에서 붕어빵을 구워 팔기 시작한 김씨는 "2008년부터 이 가격으로 팔았다."며
"재료 비용은 계속 오르는데, 한 개라도 더 팔려면 가격을 올릴 수도 없으니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붕어빵=값싼 간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사람들이 당장 "비싸다"며 발걸음을 돌린다.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붕어빵 장수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붕어빵을 팔겠다며 나서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었다. 붕어빵 기계를 만들어 파는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초보다 회사 매출이 1.5배 정도 늘었다."며
"다들 뭐라도 해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붕어빵 기계를 찾는다'고 말했다. 붕어빵 노점상들에게 밀가루 반죽과 팥 앙금을 납품하는
붕어빵 프렌차이즈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겨울에는 하루에만 20여 통의 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문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붕어빵 시장"의 연령은 낮아졌다. "황금잉어빵"의 한 관계자는 "노인이 많이 창업햇던 예전과 달리 실직했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30, 40대 들이 붕어빵 장사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3년 전에 비해 붕어빵 노점의 매출이 30% 가량 줄어들었다는게 한 대표의 분석이다.
27년째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 앞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최모씨(56세)도 "요즘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종일 일해도
재료비와 가스비를 제외하고 손에 쥐는 돈은 고작 5만원 내외"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루에 붕어빵 300개를 팔아야 손에 쥐는 돈이다.
밀가루 반죽 1포(팥 포함)는 2011년 10% 올랐지만 붕어빵 값은 여전히 제자리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액화석유가스(LPG)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1월 kg 당 1996.16원에서 지난해 12월
2,113.79원으로 5.89% 상승했다. 손님이 언제 올 지 몰라 항상 따뜻하게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가스 사용을 멈출 수도 없다. 20kg 짜리 프로판 가스
한 통으로 3,4일을 버텨야 최소한의 수지를 맞출수 있다. 요즘에는 가스가 아닌 전기를 이용하는 붕어빵 기계도 나왔지만 비싼게 흠.
한 생산업체에 문의하니 한 번에 10개를 구울수 있는 전기 기계는 90만원, 12개 굽는 가스 기계는 50만원이었다.
2011년 실직하고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는 이모씨(42세)는 "적은 초기 자본금과 아무런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처럼 무작정 뛰어들려는 사람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CNU 경영대학원 M교수는 "외국에서는 제대로 준비해 주도적으로 창업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별 대안을 찾지 못한 서민층이
마지막 선택으로 창업이 쉬운 분야에 몰려드는 현상이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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