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너는 나의 계절이고 나는 너의 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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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anic Garden

접시꽃, 처량함 털어내고 변화하고 있는 꽃

안젤라Angella 2013. 6. 2. 06:00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랑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기에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어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접시꽃 당신>은 작가가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가 암투병중에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그리고

 

바랬던 처절한 사랑의 노래이다. 본문을 보면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 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생과 사의 처절한 투쟁의 시간속에서 한 나약한 인간의 존재로서 마치 세찬 빗방울에 떨어져내리는옥수수잎처럼,그리고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맡에 쌓인 아내의 머리카락처럼 슬픈 인식과 힘겨운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없을 겁니다.그러나 시

 

인은 이런 아내의 고통에 대해서 절망하거나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런 아내의 고통에

 

대해서 절망하거나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는 아내의 아픔을 함께 하고, 함께 아파하며 사랑하려는 희생적인 태도를 보이

 

고 있습니다. 그에게 사랑이란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반자로서 함께 이 험난한 세상을 뚫고 나갈수 있는 돛단배와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기에 그는 본문에서 '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

 

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접시꽃(Alcea Rosea)은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2m까지 자랍니다. 심장 모양인 잎은 크고 솜털이 났으며 가장자리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톱니가 있어요.줄기 밑부분에는 여러 장 겹쳐진 잎들이 땅표면과 거의 닿게 방사상으로 나와 있고,  꽃

 

은 7월에서 9월 초순 사이에 핍니다. 접시꽃은 주로 울타리나 담을 따라서 심습니다.  꽃은 둥글고 넓은 접시 모양입니

 

다.  꽃색깔은 다양해서 흰색, 노란색, 분홍색이 섞인 붉은색, 자주색 따위를 띱니다.  여러 접시꽃 변종은 대부분 여러해

 

살이 식물로 심은지 2년째 되는 해애 꽃이 핍니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으며, 꽃과 뿌리는 약용으로 사용합니다.

 

 

 

 

 

도종환시인의 "접시꽃당신"이라는 시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이 싯구 한 구절 정도는 읊조리며 삶을 사랑을

 

슬픔을 노래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듬해 봄부터 골목마다에는 접시꽃이 만발하여 슬픈 사랑을 같이 노래하며

 

위로하고는 했었지요.  그 당시에만 해도 불치병이던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랑하는 부인에게 순간순간 죽음이 찾

 

아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겪어야만 했던 어느 한 남자의 순애보에 많은 이들이 같이 울고 갗이 슬퍼하며 같이 사랑

 

했었지요.  접시꽃 당신은 그렇게 국민들 가슴에 깊고도 강하게 묻혔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던 어느날, 당신의 손을 잡

 

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다고 하던 그 순애보의 주인공께서 처녀장가를 든다고 하니 많은 이들은 배신을 당했다며 허탈해

 

했었지요. 아이가 둘씩이나  딸린 혈기 왕성한 젊은 홀아비가 새장가 든다는데 그것도 처녀장가를 든다는데, 보통인 경우

 

에는 축하를 해주고 이해를 해줄만 한데도, 많은 이들이 극한 배신감을 느끼고 멘탈이 붕괴되는 듯한 충격을 받았던 것

 

은,아마도 이런 구절들이 가슴 속 깊이에서 너무도 생생하게 울려퍼져 올라오기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합니다.

 

 

 

 

 

접시꽃은 보면 처량하고 쓸쓸한 느낌이 드는 꽃인데, 향기가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한

 

꽃이 아닌데, 겹꽃으로 꽃송이도 꽃느낌도 달라진 개량종 접시꽃은 키도 적당하게 크고(60~80cm), 꽃송이에서 화사한

 

느낌이 있어서 차라리 친화력있는 개량종 접시꽃이 원예용으로 심기에는 더 적당한 꽃이 아닌가 싶어요.

 

 

 

 

 

한밭수목원 동원에서 만난 접시꽃 개량종 품종, 아이보리색, 연한핑크빛, 체리핑크빛, 자주빛 겹꽃이 피어 있었는데,

 

지난주에는 꽃망울이 맺혀있었는데 비가 지나가고 난 뒤에 싱그러운 느낌으로 다시 피어 있어요.

 

접시꽃의 꽃말은  "애절한 사랑" "풍요로움" "야망"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