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수채화는 유화과정을 위한 밑그림이나 미술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재료인 것처럼
가볍게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간편하고 속도감 있는 표현 기법으로 인해 많은 작가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면서 유화와 같이 중요한 표현수단이 되었다. 그러면서 수채화는 소묘와 더불어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며 중요한 회화 양식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서양화 기법의 수채화가 시작된 것은 1910년 후반으로,
그 당시에는 유화의 기법을 연마하는 수준으로 인식 되어 전시회에서 발표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작가들이 유화작품과 함께 수채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을 많이 발표하며 활동 영역을 넓여가고 있는 추세이다.
양미혜, Still water, 39.4x54.5cm, Water Color, 2013
이번 양미혜작가의 수채화전은 자연의 이미지를 풍요롭고 자유분방하게 표현해 오던 양미혜 작가만의 화풍이
수채화기법을 통해 더욱 심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 풍경, 천사, 오드리 햅번과 같은
네가지 시리즈를 만나 볼 수 있는데, 꽃과 풍경 시리즈는 작가가 어린 시절 많이 접했던 기억 속 풍경과 현재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얻고자 찾는 공원과 자연에서 보았던 꽃의 모습들을 작가 자신의 내면과 접목시켜 표현해낸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양미혜, 그 곳에서~, 39.4x54.5cm, Water Color, 2013
양미혜 작가는 긍정적인 심적 상태를 기반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데,
연필 스케치 없이 물감을 입힌 붓으로 직접 스케치하여 계획적인 구성 없이 순간의 집중력을 발휘해 즉흥적으로
빠른 속도로 화면 위를 채워 나간다. 자신감과 더불어 즐기면서 기분 좋게 그린 그림에는 구김살 없는 작가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양미혜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의자, 꽃, 천사, 오드리 햅번 등은 그녀의 이상향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들이다.
모두 평화로움, 따뜻함, 풍요로움을 상징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몇몇 작품에는 작가가 좋아하는 문구를 직접 써넣어
그림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글로 보여 주기도 한다.
‘Friends like you are precious and few.’(당신 같은 친구는 몇 없으며 소중하다.)
여기서 말하는 친구는 작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꽃이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으며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을 지칭하든 관람자들은 그림 앞에서 작가의 소중한 친구가 된 듯한 따뜻한 기분에 사로잡히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양미혜 작가의 이번 수채화 작업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머금은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그림들이라 할 수 있다.
오드리 햅번 시리즈는 그녀의 우상인 오드리 햅번을 그린 작품들이다.
오드리 햅번은 올리비아 핫세,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함께 세계 3대 미녀로 꼽히는 벨기에에서 태어난 영국의 배우이다.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의 명작을 통해 아름다운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주목 받으며
그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모습을 영화 속 전성기 시절의 모습이 아니라
제 3세계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노년시절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현재까지 그녀의 명언들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등과 같은 말은
햅번이 남긴 대표적인 아름다운 말들이다. 양미혜 작가 또한 이런 모습들에 감동을 받아
그 성품을 본받고자 오드리 햅번의 삶을 오드리 햅번 시리즈를 통해 표현해내고 있다.
양미혜, Audrey, 29.7x21.0cm, Water Color, 2013
양미혜, 쉼, 39.4x54.5cm, Water Color, 2013
양미혜, 머물고 싶다, 39.4x27.2cm, Water Color, 2013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치밀한 구성의 꽉 차있는 무게감 있는 작품들은 아니다.
그러나 치열했던 작업에서 잠시 벗어나 최소한의 재료로 일궈낸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선사해 준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편안히 즐기면 되는 그림들로 이루어질 이번 전시는 우리가 꿈꾸던 낙원으로 잠시나마 인도해 줄 것이다.
양미혜, Nostalgia, 39.4x54.5cm, Water Color, 2013
Nostalgia - 양미혜展 』
Yang Meehye Solo Exhibition :: Painting
2013. 08. 29 ~ 2013. 09. 04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T. 042-867-7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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