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은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어디 하나 눈에 띄는 곳이 없는 봉숭아에게 ‘수수하다’란 말이 딱 어울립니다.
그렇지만 봉숭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봉숭아 물을 들여 보았을 것이고, 그 추억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봉숭아 찧은 것을 손가락마다 동여매고, 그것이 풀릴까 봐 조심스럽게 잠자리에 누워서 예쁘게 물들기를 바라면서 잠이 들곤 했지요.
봉숭아 물 들이기는 어른들이 요즘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길거리 보도블록 틈에서 봉숭아가 작은 싹을 내밉니다.
언제 사람들의 발에 밟힐지 알 수 없지만, 봉숭아는 꿈을 꿉니다.
그 꿈은 바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것입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봉숭아를 집으로 가져가 화분에 옮겨 심습니다.
그 덕분에 봉숭아는 무럭무럭 자라지요.
그런데 날마다 물을 주던 아이는 여행을 떠나고 봉숭아에게 시련이 닥칩니다.
뜨거운 햇볕에 말라 가던 봉숭아는 빗물을 흠뻑 빨아들여 꽃을 피웁니다.
며칠이 지나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봉숭아가 꽃을 피운 것을 보고, 꽃을 따서 엄마와 함께 손톱에 물을 들입니다.
하지만 봉숭아가 꽃을 피운 것은 아이가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이 아닙니다.
봉숭아는 자기 꿈을 이룬 것이고, 아이는 손톱에 물을 들이는 것으로 그 기쁨을 함께 나눈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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