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봄 높은 산 속을 다니다보면 노란빛의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미치광이풀이다. 노란 새싹은 봄볕이 강해지면서 점차로 녹색으로 변한다. "미치광이풀(Scopolia Japonica)"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깊은 산속 나무 밑에 자라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와 일본지역에 분포하는데,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종류가 많지 않아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미치광이풀은 의외로 인지도가 낮아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마도 꽃이 검은 자주색으로 매력적이지 못하고 잎과 더불어 피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않는 점이 인지도에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다.
대개 봄꽃은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을 피운다. 노루귀, 복수초 같은 봄꽃은 워낙 예뻐서인지 누구든지 쉽게 기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뿌리줄기에서 돋아난 줄기는 30~50cm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윗부분에서 몇 개의 가지가 갈라지고 타원형의 잎이 마디마다 1~2개씩 돋아난다. 4~5월경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나온 3~5cm 정도의 기다란 꽃자루 끝에 작은 검은 자주색 종모양 꽃이 한송이씩 밑을 향해 달린다. 커다란 잎 사이에 꽃송이는 검게 보일 정도로 색깔이 짙다. 꽃받침은 끝이 깊게 5개로 갈라지고 꽃잎은 끝이 얕게 5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5개이고 꽃밥은 흰색을 띠고 있고 암술은 1개이다.
간혹 노란꽃을 피우는 것도 있는데 노랑미치광이풀이라고 한다. 꽃송이가 위로 향하거나 옆으로 향하고 있는 것도 관찰되는데 매개 곤충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밑으로 향한다.
미치광이풀은 환경부 지정 희귀식물 목록에 올라있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지 어렵지 않게 만날수 있다. 최근 들어 개체수가 갑자기 늘어 났기 때문인데, 약재로 수요가 많은 미치광이풀 뿌리가 중국에서 값싸게 수입되어서 약초꾼들이 산에서 약초 수집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미치광이풀"이라는 고약한 이름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소가 이 풀을 먹으면 독성이 매우 강해서 미친듯이 날뛴다고 해서 미치광이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사람도 이 풀을 먹으면 극도로 흥분해서 미친사람 같이 날뛰거나 인사불성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독뿌리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치광이풀은 독초임과 동시에 매우 중요한 약초이다. 미치광이풀에는 아트로핀(Atropine), 스코폴라민(Scopolamine), 그리고 히요스시아민(Hyscyamine)과 같은 맹독성의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는데, 부교감신경 마비 효능을 갖고 있다. 이 성분들은 약으로 매우 중요하며, 미치광이풀은 이 성부제조의 중요한 원료약초이다. 북한에서는 살상 무기용신경가스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가스에 대한 응급조치 약으로 아트로핀 해독주사가 있다. 우리 군에서는 아트로핀 주사제를 개발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가스 공격을 받는 즉시 아트로핀 주사를 맞으면 해독될 수 있다.
미치광이풀을 한방에서는 미치광이풀의 뿌리 말린 것을 낭탕이라 하여 위경련, 복통, 근육통, 신경통과 같은 증상에 통증 완화 목적으로 사용하고 안과에서는 초기 근시치료에서 아트로핀 점안제를 동공산대(瞳孔散大) 목적으로 사용한다. 또는 차멀미, 배멀미와 같은 멀미약으로도 사용한다.
봄나물로 잘못 알거나 뿌리의 맹독성을 알지 못하고 먹어서 중독되거나 사망하거나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생기는 걸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 자칭 식물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야생식물을 나물로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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