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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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anic Garden

들바람꽃, 봄바람에 기대어 새록새록 피어나다

안젤라Angella 2021. 4. 10. 03:00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는 유명한 시구가 있듯, 차가운 겨울을 밀어내고 봄을 불어온 건 8할이 바람이다.  그리고 그 봄바람에 기대어 새록새록 피어나는 봄꽃의 8할은 바로 바람꽃이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태백바람꽃, 만주바람꽃, 남바람꽃, 풍도바람꽃,,,,,등등.  여러가지 이름의 바람꽃들이 이르면 2월부터 늦게는 5월말까지 봄바람따라 바람처럼 피었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얼음장처럼 꽁꽁 언 땅이 채 풀리기 전 갈잎을 비집고 올라오는 "바람꽃"들은 대개 콩나물 줄기처럼 가늘고 연약한 꽃대끝에 작은꽃을 한 송이씩 피웁니다. 대부분 키도 작고 흰색의 꽃송이가 단정한 게 이른바 "범생이"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그 어디에나 돌연변이가 있듯, 문제아 또는 이단아처럼 삐뚤빼뚤 건들거리는 바람꽃이 있어 눈길을 끈다.  특산식물인 변산바람꽃 등 친숙한 이름에 비해 조금은 생소한 이름,  "들바람꽃"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머뭇거리는 겨울을 단호하게 내치는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봄날, 북한강 변의 야트막한 숲으로 한 발 두 발 내딛자 한 무리의 바람꽃이 눈에 들어온다.  키가 10cm 안팎의 변산바람꽃이나 너도바람꽃 등 다른 바람꽃에 비해 15cm 정도로 다소 크다 보니, 줄기 끝에 달린 꽃의 무게를 주체하지 못해 봄바람에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춤을 추는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바람꽃류"가갖는 순백의 미는 들바람꽃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흰색의 꽃잎은 아침 햇살이 그대로 투과할만큼 투명하고 여리다.  게다가 희게만 보이는 꽃잎의 연분홍 뒤태가 아는 이에게만 보이는데, 그야말로 "이렇게 예쁠 줄은 미처 몰랐다"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바람꽃류 식물 가운데 가장 예쁘다는 "남바람꽃"의 미모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이처럼 들바람꽃의 핑크빛 뒷모습은 황량한 들판을 홀로 누비는 "스라소니"와 같은 거칠고 투박한 이미지를 단숨에 날려 보낸다.  들바람꽃은 강원도는 물론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위도의 경기도 산에도 자생한다.  화야산과 명지산 근처가 서울에서 가깝고 많이 알려진 자생지이다.  강원도 대암산은 몇 해 전 인제군의 생물자원조사 결과 국내 최대의 군락지로 밝혀졌다.  물론 대암사뿐 아니라 태백산과 가리왕산, 청태산, 소백산, 치악산 등 강원도의 높은 산 정상부에는 대개 들바람꽃이 자라는데 다만 꽃피는 시기가 4월에서 5월로 경기도 등지에 비해 한 달 가까이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