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꿉니다.
늘 똑같던 일상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낯설게 다가올 때,
짜릿한 낭만의 순간을 떠올리게 되는데,
낯선 여행지에서 근사한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 그와 마주보고 향긋한 와인wine 한 잔을 마시고,
멋진 데이트를 나눈 후 촉촉한 입술이 맞닿는 달콤한 키스를 상상하는 것은 지나친 사치는 아닐 겁니다.
엠마누엘 무레 감독의 영화 <쉘 위 키스>는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이런 낭만의 순간과 키스에 대한 사랑스런 이야기를 세련된 솜씨로 그려낸 로맨스입니다.
일 때문에 낭트에 들른 매력적인 직물 디자이너 에밀리,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가브리엘.
이들의 만남은 달콤한 와인과 소근소근 유쾌한 담소가 곁들여진 저녁 식사로 이어지는데요,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오고 가브리엘은 에밀리에게 작별의 키스를 하려 하자
에밀리는 키스하고 싶은 욕망을 꾹 참고 이를 물리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키스를 많이 하는 국가 프랑스에서
그저 가벼운 작별의 키스도 허락하지 않는 에밀리의 태도에 호기심이 발동한 가브리엘은
결국 그녀에겐 사랑하지 않는 사람 외에는 절대 키스를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가브리엘의 끈질긴 부탁으로 마침내 에밀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주디와 니콜라의 키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밤이 깊어지자 호텔방에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키스가 두려운 여자 에밀리와 그런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은 남자 가브리엘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단 한번의 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길을 걷게 된 아주 오래된 친구 주디와 니콜라의 이야기.
<쉘 위 키스>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낭트에서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데이트를 즐기는 에밀리와 가브리엘의 이야기.
그리고 에밀리가 가브리엘에게 들려주는 주디와 니콜라의 키스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 "이야기 속 이야기"
즉 액자식 구성를 가지고 있는 <쉘 위 키스>는 두 커플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교차하며 관객들을 눈과 귀를 영화에 집중시킵니다.
액자식 구성은 <미술관 옆 동물원>, <클래식> 등에서도 사용돼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곡선을 그리듯 동시에 진행되는 두 개의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천일야화를 엿듣는 듯 한번 듣기 시작하면 빠져드는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합니다. 즉,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나머지 이야기의 결론을 남겨놓고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감독이자 주인공 니콜라 역을 맡은 ‘엠마누엘 무레’ 감독은 액자식 구성이 가진 최고의 장점을 활용해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그는 액자식 구성이 갖는 흡입력이란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의도적으로 다른 한 가지 장치를 영화 속에 매우 영리하게 걸어놓는데요,
그것은 바로 이야기의 영향을 영화화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쉘 위 키스>에서는 매력적인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안고 싶은 욕망을 참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관객들은 남자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 속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어느새 그 이야기를 사실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관객들은 이야기에 영향을 받고, 이야기는 관객들의 판단에 깊게 관여하고 정서를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관객들은 점점 영화에 빠져들게 되고 이야기에 더 큰 흥미를 느끼게 되는거구요.
<쉘 위 키스>는 여성들의 로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물론 액자식 구성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굳게 닫혀있던 비밀의 서랍을 몰래 열어보는 듯 짜릿한 쾌감을 안겨주게 됩니다.
엠마누엘 무레 감독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런 액자식 구성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선, 한 인물을 통한 어떤 이야기의 영향을 영화화 하는 것이 매우 유희적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한 이야기의 내용이
관객들의 정서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도 매력적이라 생각했습니다. ”
<쉘 위 키스>는 19세기 후반 가장 뛰어난 음악가로 손꼽혔던 "안토닌 드보르작"의 풍부한 감성과
그윽한 선율이 흐르는 ‘슬라브 무곡Danses Slaves Op 72 n˚2’와 함께 시작됩니다.
우아하면서 우수가 깃든 드보르작의 감성이 스크린에 머무는 사이, 에밀리와 가브리엘의 우연한 만남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늦은 밤 에밀리가 주디와 니콜라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는 차이코프스키의 역작 "백조의 호수Le lac des cygnes"중
익살스럽고 귀여운 연주가 흘러나오며 이야기의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쉘 위 키스>는 낯선 여행지에서의 낭만적 만남 그리고 달콤한 키스의 이야기를 위해
거장들의 클래식 음악을 곳곳에 배치해 영화의 무드를 형성하게 되는데요,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를 비롯, 차이코프스키, 슈베르트, 드보르작, 베르디 등 화려하고 풍부한 선율과
아름다운 화음을 자랑하는 작곡가들의 음악을 OST로 사용해 마치 한편의 클래식 공연을 본듯한 느낌을 안겨줍니다.
특히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초기 독일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 ‘슈베르트의 음악들은
‘주디’의 남편 ‘클라우디오’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로 설정돼 <쉘 위 키스>의 핵심요소로 활용되었습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각 주인공들의 심정 변화를 표현하듯 유려하게 스크린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선율로
자칫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영화의 스토리를 고급스럽게 만들어줍니다.
한편 주디와 니콜라의 테마는 차이코스프키인데요, 그들의 만남에는
차이코프스키의 대표곡인 ‘백조의 호수’ 중 제 3곡 ‘작은 백조의 춤Danses des cygnes이 주로 사용됩니다.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 지크프리트 왕자가 오데트를 무도회에 초대한 뒤 기뻐하는 백조들의 설레는 마음을
섬세한 선율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주디와 니콜라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게 됩니다.
오랜 친구였지만 키스로 인해 서로에게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생기는 설렘과 감정의 변화가 음악을 통해 객석에 전해집니다.
"컵에 키스를 담아두고 떠나라. 그래야 내가 술을 찾지 않을 테니..." 벤 존슨(1573-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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