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처럼 누군가 내 옷깃을 잡는것 같은 꽃, 산수국
"아침저녁으로 다니는 산 아래 강길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롱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결처럼 누가 내 옷자락을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 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지나는데 누군가 또 바람같이 가만가만 내 옷깃을 살며시 잡는 것도 같고
물소리같이 가만가만 부르는 것 같아도 나는 그냥 갑니다"
아름다운 섬진강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쓰는, 섬진강시인 김용택의 "산수국"이라는 시詩입니다.
산수국은 물을 많이 흡수하는 식물이라서 어쩌면 강가에 피어 있다면 더 잘 어울릴듯한 꽃입니다.
물안개 피어 오르는 강가에 피어난 산수국,,,,,
수국이라는 꽃을 생각하면 소담스럽게 포도송이처럼 커다란 꽃송이가 연상되는데,
이 산수국처럼 드문드문 피어 있는 수국을 보노라니 웬지 독특한 다른 꽃을 보는거 같습니다.
이 산수국을 보면서 문득 "이빨빠진 새강구 강가에 가지마라 새우가 침놓는다"던
아이들 동요가 생각나서 슬며시 웃음이 번집니다.
이 산수국이 꽃송이 전체가 소담스럽게 활짝 피었다면 풍성해 보이구 예쁠거 같아요.
이 산수국이 꽃송이 전체가 소담스럽게 활짝 피었다면 풍성해 보이구 예쁠거 같아요.
절이나 민가의 정원에 심는 산수국은 원예종 수국에 대비되는 야생종입니다.
화려하고 큰 꽃잎은 벌레를 유인하기 위한 위장용일 뿐, 암술과 수술이 없는 헛꽃이며 중간에 작게 모여 있는 것이 진짜 꽃입니다.
그러나 열매는 맺지 못하는 가련한 꽃입니다.
흔히 절에 심는 나무나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종류가 많습니다.
수국, 산수국, 백당나무, 사프란, 불두화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절은 스님들이 속세의 인연을 끊고 수도에 전념하는 곳이라
벌,나비가 날아들어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꽃이 수정되어 열매를 맺는 과정은 젊은 스님들의 성적인 욕구를 자극할 수 있기에,
결혼을 금지하는 종교적인 이유로 그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산수국은 토양에 따라 꽃의 빛깔이 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산성 토양에서는 보라빛꽃이 피고, 알카리성 토양에서는 파란꽃이 피어난답니다.
위사진과 아래 사진의 산수국은 거의 옆자리에서 피어 있었는데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의 성질이 달랐는지, 한줄기는 보라빛이고 다른 한줄기는 파란꽃이 피어있었습니다.
산수국은 열매를 맺지 못하므로 꺾꽂이로 번식하며 굳이 절이 아니라도 관상용으로 인가 정원에 많이 심습니다.
처음 꽃이 피고 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변해가는 꽃색도 특이하고
그 자체로 훌륭한 풍경사진을 연출하는 아름다운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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