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누구나 단풍이야기를 합니다, 복자기나무

     

 

 

 

가을에는 모두 단풍이야기를 합니다.  부여 부소산성의 단풍나무숲도 그 단풍빛으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터입니다. 하

 

지만 가을 단풍이 진정 고운 것은 그저 붉기만해서가 아니랍니다.  다양한 나무들이 제각기 내놓은 빛깔들이 한데 어울려 빚어내

 

는 오색의 조화 때문인데요, 부소산성 단풍이 특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을은 자작나무가 계수나무가 선도하고, 복자기단풍나

 

무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즈음에 본격 무르익게 됩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복자기나무 단풍이 물들었으나 아름다움이

 

예년과 같지 않습니다. 가을이 다 가기도 전에 잎들은 이미 말라 떨어져버렸습니다. 물감이 고운 색을 내려면 물이 필요하듯

 

단풍도 가을비를 충분히  머금어야 빛깔이 찬란한데, 올해는 유난히 가을 가뭄이 심해, 온 산야의 나무들처럼 깊이 물들기 전에

 

말라버린 것입니다. 사실, 복자기나무는 그 빛깔이 유난히 붉고 빼어나기로 유명합니다.  부소산성에서 단풍구경을 하다가

 

"어떤 나무길래 단풍빛이 저리도 고운 걸까!" 하고 들여다보면 언제나 복자기나무이니까 말입니다. 

 

하긴 잎의 모양은 좀 달라도 복자기는 단풍나무와 한가족입니다.

 

 

  

 

 

아기 손바닥처럼 갈라진 종유만 단풍나무집안이 아니라 복자기나무처럼 아예 3개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 것에서부터 5갈래,

 

7갈래, 심지어 13갈래까지 갈라진 식구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풍나무집안 식구들임을 확인하려면 잎 모양보다는 프로펠라 같

 

은 날개를 가지고 2개씩 마주 달리는 열매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복자기 역시 그런 열매를 가졌는데, 다만 보다 크고 날개의

 

각도는 좁으며 딱딱하고 짧은 털이 나 있습니다.복자기나무는 한번 눈에 익으면 우리나라 중부 이북에, 더러는 남쪽의 큰 산에,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드물지도 않게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분포역은 멀리 만주까지 이어집니다.

 

 

 

 

 

복자기란 이름이 왜 붙었을까? 이리저리 궁리해도 잘 모르겠던데요?  . 어떤 이는 점치는 일을 뜻하는 복정(卜定)과 점쟁이를

 

뜻하는 복자(卜者)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복정나무, 복장나무에서 복장이나무 복자기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복자기나무와 아주 비슷한 나무 가운데 복장나무란 것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복자기가 점치는 일과 관련되었다는 근거는 없으므로 그 추론에 선뜻 동의할

 

수 없게 됩니다.

  

 

 

 

복자기나무 단풍은 별명이 박달이랍니다.  이유만큼은 알 듯 합니다.    복자기의 목재는 아주 치밀하고 무거우며 무늬도 아름다워

 

고급으로 대우 받는데, 치밀하고 단단하기가 박달나무 같아 붙은 별칭일 터입니다.요즈음엔 그 빛깔이 좋아 관상수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해에 약하고,단풍빛은 매년 기온과 습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곱기도, 덜 곱기도 하다 보니 밤낮없이

 

훤하고 후덥지근한 도시에 가로수로 심어 놓으면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대신 경관을 잘 살려야 하는 오지의 자연공원 같은 곳에

 

선 아주 좋을겁니다.

 

 

 

 

 

 아침 출근길에 들여다 본 광고 문구를 보니 "단풍은 한 해 동안 함께 살다가 떨어져 나가는 잎새의 작별인사"라고 합니다.

 

달력을 보니 남은 건 이제 2장,,,,,,, 

 

정말 열심히 혹은 부족하게 살아온 한 해를 잘 작별하기 위해 이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마당 앞에 서 있는 복자기나무가 온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