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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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Spoon

예술제본, 책을 엮는 과정은 곧 삶을 엮는 과정

안젤라Angella 2013. 1. 31. 20:36

La Reliure D'Art, RectoVerso

예술제본, "앞장과 뒷장"展

 

 

 

프랑스어에서 제본을 뜻하는 말인 "를리위르Reliere"의 어원은 "읽다"라는 뜻의 "lire"로 시작된다.

 

즉, lire(읽다) - relire(다시 읽다)-reliure(제본하다)의 과정을 보건데 책 제본의 출발은 책을 읽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 중에서 의미있는 책, 대를 물릴만큼 훌륭한 기존의 제작물을 <견고하고 아름답게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예술제본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정신적 자산인 책의 전수를 통해 시대와 시대를 이어주는 "역사성"과 "지적(知的)감성이 가미된 아름다움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책 속은 그대로 두고 겉표지에 멋을 부리는 작업으로만 알고 있기도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책을 오래도록 보관하기 위해 분해-보수,

 

복원-제본의 절차가 행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고문서 보관소(Archieves)에서는 필요에 의해서라면 수백년된 책의 성분을 분해하여

 

현대의 기술력을 다해 그대로 살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수 제본된 옛책을 다시 꿰매고 표지를 장식하는 제본에 따라 60여 과정을 거치는 작업은

 

책 자체를 위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복합문화공간#46(구, 쌍리갤러리)"의 3층 전시실 내부. 

 

그러한 이유로 예술제본에서는 성급한 디자인의 화려함으로 제본의 부실함이나 디자인의 화려함으로 제본의 부실함이나 때로는 제본의 부재마저

 

가리는 작업 일체를 가장 경계한다.  특히, 책을 향한 대중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이 시기에 양적인 팽창 못지 않게 제본의 충실함이 전제된 질적 깊이를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술제본은 사실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작업의 특성상 대중 속에 뿌리내리기 어려운 분야이다.

 

중세부터 화려한 제본 문화를 꽃피워온 프랑스에서는 1500여명, 40여년전 예술 제본을 시작한 일본에서는 50여명의 예술제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예술제본의 역사는 언제부터이며 수요자는 누구일까?

 

제본의 역사는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고 책을 만들어내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문명과 문화의 발자취를 표현하고 기록한 책과 함께 해 온 제본은

 

나아가 책의 모습을 좀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장식하여 예술품으로  만들어 보관, 보존하고자 하는 특유의 사명감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예술제본의 싹이 튼 것이다.   예술제본의 본격적인 출발은 중세 수도원에서 종교적인 텍스트를 책으로 엮어내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이탈리아, 네델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 발전해 왔다.

 

 

 

 

이렇게 유럽에 기반을 둔 예술 제본은 과거에는 주로 왕족이나 귀족, 성직자등 상류층 만이 누릴수 있었던 고급 문화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일반인들도 자신의 앨범, 기록물, 비망록 등을 제본하고 소장할 수 있게 되어 대중화된 문화생활로 공유라게 되었다.

 

이에 따라 애서가, 고서수집가, 출판인, 성직자, 예술가, 문인 등이 오늘날 예술 제본의 새로운 수요자로 떠오르게 되었다.

 

 

 

 

"꽃들에게 희망을(Hope for the Flowers)"를 예술제본한 것.

 

갤러리 내부에 전시된 작품은 투명한 유리케이스에 담겨 있었는데, 투명한 유리 케이스에 덮여 있는 상태라서 이 케이스를 벗겨내고 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이현숙작가가 직접 유리케이스를 벗겨 내고 사진 찍을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실은 이 책표지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 예쁜 모습을 유리케이스가 씌워진 채가 아닌 책제본 원래 모습 그대로를 사진 찍어보고 싶었다. "아우트라인 스티치"하면 중학생이던 시절 "가정"시간에

 

아우트라인 스티치로 수를 놓아 작품 여러개를 만들었었다.  우리 가정과목 선생님이고 키가 훤칠하게 크던  김영란선생님은 지금 어디 계실른지,,,

 

이현숙작가가 작년 여름 그 덥던 날에 1개월을 꼬박 투자해 린넨에 직접 "아우트라인 스티치"수를 놓아 제작했다는 책표지.

 

아마 얼굴사진 찍히는거  대신 유리케이스를 벗겨주기로 한듯,,,   이 "앞장과뒷장전"의 전시가 내일모레까지이고 전시일정이 끝나가는 시기이니,,,

 

 

 

 

"Hope for the Flowers(꽃들에게 희망을)"라는 책의 속표지.  원래 이책은 노랑색 표지인데,  어렸을때 이 책을 처음 본 거 같은데

 

이 책은 지금도 서점에 가면 진열되어 있는 책이다.  책장을 펼쳐서 속표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예쁜 손길은 이현숙작가의 손이다.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이야기하니 낯가림을 해서 얼굴사진촬영은 부담스럽다고 하여 생략했는데, 사진파일을 편집하다보니

 

이 사진이 보인다.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이현숙 작가는 얼굴이 갸름하고 예쁜 얼굴이었다.

 

 

 

 

 "복합문화공간#46"의 2F, Gallary 입구.가죽 재질로 예술제본으로 만든 작고 예쁜 갈색의 방명록이 놓여 있었고, 여러 사람이 방명록을 적어 놓고 있었다.

 

지난 1월23일 전시가 시작되었고, 그날 12시엔 작품이나 예술제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그날은 날씨가 너무 추웠고, 그 시간대에 내가

 

 다른 일로 바빴고, 그 다음날 들렀더니 6시가 넘어서 전시가 끝난 시간이었고,  오늘 다시 "복합문화공간#46"에 들렀다. 

 

 

 

 

우리 나라 예술제본의 역사는 10여년 정도로 고 백순덕선생이 1999년 귀국하면서 문을 연 국내최초 유럽식 예술제본공방

 

렉토베르쏘(RectoVerso)"와함께 한다.  "Recto Verso"  프랑스어로 각각 앞장과 뒷장(앞면과 뒷면)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앞면과 뒷면이 합쳐져 한 장이 되고, 한 장 또 한 장이 연결돼 한 대수가 되며, 대수와 대수가 연결돼 하나의 책을 이룬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앞장(Rectro)"과 뒷장(Vrso)"는  제본을 위한 최소한의 단위이자 시작을 뜻한다.

 

 

 

 

1999년 서울 국제도서전 참가를 시작으로 "Rectro Verso"는 수차례의 전시회와 국제대회 참가, 교육 등을 통해 예술제본을 알리고

 

보급하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고, 2012년에는 "RectroVerso 대전"과 "RectroVerso 분당"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La Reliure D'Art, "Recto Verso"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국내 예술제본가의 수는 15명 남짓이며, 아직은 예술제본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고, 수요도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취미 또는 미래를 위해 배우는 학생들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고, 한 권의 책을 위해 주문제작을 의뢰하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이나 각종 전자매체의 발달로 종이책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고, 예술제본의 탄생지인 유럽에서조차  예술제본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인류가 여전히 문화의 꽃을 피우고 종이책이 존재하는한 책을 소중히 알고

 

귀하게 여기는 이들 역시 건재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복합문화예술공간#46(구, 쌍리갤러리)

 

 

"복합문화공간#46"의 "예술제본, 앞장과 뒷장전" 전시실 내부.

 

 

예술제본가 홍양숙이 제본하는 모습.  카톨릭 신약성서를 예술제본하기 위해 한 장 한 장 분해 해체하는 모습.

 

 

 

 

예술제본 "앞장과 뒷장展, La Reliure D'Art RectoVerso

2013. 01.23 - 2013. 02. 01

 

복합문화예술공간#46(구, 쌍리갤러리)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249~2번지,   042.253.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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