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이유
끝나지 않을것 같은 겨울도 어느새 물러갔다. 올해도 역시 세계 곳곳에서는 "어둡다"는 말로 한 해를 시작했지만.
그 무엇도 찬란하게 일어나는 봄기운을 스러지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계절이 뚜렀한 우리나라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면 마음이 설렌다, 생각해보니 참 의아하다.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질때 가을에서 겨울로 던져질 때는 왜 마음이 싱숭생숭하지 않을까?
주변 풍광을 확 바꿔 버리는 자연의 마술 때문일까? 체온이 상승하는 듯한, 몸으로 느껴지는 직접적인 변화라서일까? 형체를 알 수 없는
지극히 심리적인 이유인지라 조목조목 설명하긴 어렵지만 봄의 자락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레 어깨를 펴고 살랑대는 바람을 따라 고개를 돌리게 된다.
특히 이번 겨울처럼 혹독한 시절을 견뎌내야 한다면 미세하게 달라지는 햇볕의 양만으로도 호들갑을 떨게 마련이다.
새로운 해는 분명 1월에 시작됐지만 우리는 유독 3월에 많은 것을 시작한다. 패션은 벌써 사르락거리는 옷깃을 날리며 곁에 와 있다.
올해 디자이너들은 멜론과 오렌지 같은, 깨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컬러를 대거 선보였다. 현란하다 싶을 정도의 프린트도 계절의 변화를 실감
나게 전한다. 유행하는 옷을 입든 그렇지 않든 계절의 감성을 알리는 패션의 물결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진다.
가을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여타 나라와 달리 우리는 새로운 학년과 학교가 봄에 시작된다.
그런 이유로 그해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여기는지도모르겠다. 마치 과거를 떨쳐버리듯 겨울을 잊고, 3월엔 낯선 환경에서 익숙해지려고 노력한다.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 있는 시간인지라 새로운 학교와학년에서 마음을 온전히 펴지도 움츠리지도 못한 채 어색하게 한 달을 보내게 되는 시기도 3월이다.
3월에는 드디어 꽃이 제대로 피기 시작한다. 원하는 꽃을 사시사철 볼 수 있는데 웬 계절 타령이냐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계절에 피는 꽃만큼 아름다울수는 없다. 그 한시적인 절실함이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마치 시에서 노래하듯이.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내
가련하다 한 해의 봄날이여
오고 감이 비바람에 날렸구나
손철주 "꽃피는 삶에 홀리다"
'Paper Spo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통문양에 표현된 문과 창호의 살꾸밈 (0) | 2013.03.01 |
---|---|
꽃담에 베풀어진 무늬의 미학, 민가의 꽃담 (0) | 2013.03.01 |
꽃담에 베풀어진 무늬의 미학, 궁궐의 꽃담 (0) | 2013.02.28 |
길함과 상서로움을 표현하는 과일 문양 (0) | 2013.02.28 |
선비의 상징, 사군자와 세한삼우 (0) | 2013.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