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담에 베풀어진 무늬의 미학, 궁궐의 꽃담
한옥의 담은 참으로 풍부한 일상을 담고 있다. 담은 그것이 꾸며진 공간이나 역할, 그 모양에서 삶의 일상적인 관습과 의식을 나타내는 동시에
어느 민족보다도 아름답게, 그러면서도 소박하고 쓸모있게 치장할 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알찬 지혜와 안목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건축 구조물이다.
담장의 벽면을 무늬로 아름답게 꾸며 장식한 것을 "꽃담" 또는 "화초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꽃담은 고려시대 장가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고려 충렬왕 때에 장순룡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아라비아계의 귀화인으로 본명은 삼가, 원나라 필도치 경의 아들이다. 충렬왕의 비 제국공주를
따라 고려에 와서 낭장이 되고, 여러 벼슬을 거쳐 장군으로 승진하자 이름을 순룡으로 고쳤다. 충렬왕에게 아첨하여 사랑을 받게 되자 화려한 저택을 꾸미고
사치를 일삼았다. 이때 와력으로 담을 쌓아 화초무늬를 놓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이를 "장가장" 이라고 했다. 후에 충렬왕이 충선왕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고 이곳으로 옮겨와 살았기 때문에 그의 집을 "덕자궁"이라 했다.
창덕궁 영롱담. 방죽 무늬 속의 화점무늬
조선시대 정궁인 경복궁 자경전을 비롯하여 창덕궁, 덕수궁 담장에는 안팎으로 여러 가지 장식 무늬들을 벽돌로 짜 맞추어서 무늬를 베풀고 있다.
그 중 문자무늬를 보면 , 만, 수, 복, 강, 녕 또는 만수, 무강, 부귀, 다남. 희등이 도안되었다. 그리고 완자무늬, 아자무늬, 회자무늬, 귀갑무늬 등이
배경을 이루고 있는데 이 또한 문자를 무늬로 도안하여 만든 상징무늬이다. 이러한 문자무늬는 궁궐 뿐만 아니라사찰의 담장, 서민들의 살림짐 판벽이나
담장 등에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도안한 재미있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창덕궁 대조전 후원의 굴뚝 글자도안무늬
궁궐은 임금이 거처하는 곳으로 여기에 둘러진 화초담은 나라의 평안과 만세, 무궁을 기원하는 뜻에서 보다 정교하고 운치있게 꾸며져서 장엄하면서도
화려하다. 자경정은 경복궁의 곤전으로 뒤뜰에는 장이 있는데, 열개의 연가가 부착되어 굴뚝을 겸한 담장이다. 보물 제 819호로 지정될만큼 우리나라
꽃담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이다. 화강석 기단 위에 벽돌을 쌓아 장을 만들었으며, 윗부분에는 세 개의 장방형의 전이 들어가 있고, 중부의 커다란 면 안에는
십장생을 포함한 다양한 무늬들이 들어차 있고, 중부의 커다란 면 안에는 십장생을 포함한 다양한 무늬들이 들어차 있으며, 하부에는 두 개의 장방형의 전돌이 박혀 있다.
상부와 하부의 무늬들은 장방형의 전돌에 양각되어 있으며 중부의 넓은 벽면은 무늬들을 그 형상대로 구운 전을 담장 면에 박아 무늬를 형성하였다.
상부의 세 개의 전에는 불로초를 입에 물고 나는 두 마리의 학을 양쪽에 두고 그 사이에 귀면을 배치했다. 중부의 면에는 열여섯 가지 무늬가 나타나는데,
해, 산, 물, 구름 등의 십장생과 더불어 자손만대에 길이 번영하기를 기원하여 포도와 연꽃, 그리고,물새 등을 무늬로 새겨놓았다.
뿐만 아니라 둘레에는 불가살이, 박쥐무늬, 인동당초무늬와 길상문자 등을 새겼다.
경복궁 자경전 꽃담, 회무늬
자경전 서쪽 외벽에도 꽃담이 꾸며져 있다. 자경전 일곽은 궁궐의 여인들이 거처했던 곳인 만큼 더욱 다채롭고 화사하게 꾸며졌다. 화조와 길상을 나탸내는
각종 도안문자 들이 수놓은듯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노매는 꽃이 활짝 피어 둥근 보름달에 걸려 있는데, 새가 달빛을 받은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장, 춘, 만, 수, 다, 손, 부, 귀 등의 문자는 오래도록 부귀영화와 장수를 누리고자 하는 뜻을 지녔다. 봄의 생명력을 뜻하는 "春"자는
흰 회벽 바탕에 붉은빛 무늬를 도안해서 각기 별도로 구워져서 회벽에 박아 구성한 것인데, 그 발상은 조선 초의 분청사기 조화 또는 박지기법이나 나전칠기,
화각, 은입사 등 공예기법과 더불어 민화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러한 의장 기법은 우리 선조들의 취향이 물씬 풍기는 민중 미술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이다.
창덕궁 교태전 후원 굴뚝, 일명 아미산 굴뚝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의 후원 굴뚝은 보물 제 811호로 지정되었는데, 이 역시 궁궐 꽃담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일명 아미산 굴뚝으로 잘 알려져있는 이 곳은 고종 2년(1864) 경복궁을 중건할 때 같이 조성되었다. 아미산은 경회루의 연못을 파낸 흙으로 만든 인공 동산이다.
현재 네 개의 굴뚝이 아미산에 서 있는데, 마치 전탑 모양으로 육각을 이룬 각 면에 대나무, 국화, 나비, 사슴 등의 무늬를 흙으로 구워 박아
그 아름다움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 채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곳이 바로 낙원이며 피안의 세계인 셈이다.
창덕궁 낙선재 화초담에는 일각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꽃담을 베풀었는데, 밑부분은 사괴석으로 쌓고, 그 위에 황적색 벽돌로 꽃담을 이루었다.
주변은 아자무늬를 두르고 완자무늬, 귀감무늬 띠 사이사이에 수(壽), 복(福), 강(康),녕(寧)의 길상도안문자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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