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빗방울이 내린 지도 한참 되었고
잠시 햇살로 목덜미 따가운 오후
나는 한 그늘을 찾아
가믈한 산자락을 밟고 오는 바람을
겨드랑이에 낀 채
키 큰 느티나무 아래에 서면
여름은 무거운 눈꺼풀 위에
잠자리 날래고 내려 앉는다
바람 지나가는 소리들이
나뭇잎 손등에 반짝이고
내내 지친 아낙의 거친 손길
잊으려 부르는 노래도
지치기는 매한가지
긴 그림자와 함께 돌아서는 언덕길
편히 보낼 날은 달력에도 없지만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남아
발길 무겁게 하는
여름날 오후는 길기만 하다
서정윤 "여름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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