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너는 나의 계절이고 나는 너의 봄이기를,,,,,,,

아름다운 여정

Paper Spoon

가을 강가

안젤라Angella 2013. 9. 18. 06:00

 

 

 

"지난 여름은 정말 더웠다.  지내놓고 보니, 아득하다.  어찌 그 더위를 다 이겨냈는지 사람들도 자연도곤충들도

 

동물들도 곡식들도 다 대단하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용광로 속에서 아우성을 치며 한 계절을 건너온 것 같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는 새벽녘의 선섢나 바람결에 문득 나는 강가에 피어 있는 구절초 꽃이 생각나고

 

 나의 시 "구절초 꽃"이 생각나서 여기 적어보았다.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구절초 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 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달만

 

떠 오릅니다.  구절초 꽃, 새하얀 구절초 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는 입추다. 무나 배추나 쪽파를 심을 때는 쳐서 무렵이다.  모두 가을을 알리는 날과

 

가을에 하는 일들이다.매미 소리가 달라졌다.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린다. 

 

햇살 또한 어쩐지 다르고먼 산 빛 또한 달라 보인다.   나뭇잎들의 생기가 사라지고 새벽이면 바람결이 달라져 있다. 

 

살결이 포송포송해지고, 들판에서는벼들이 패기 시작하고 벚나무 잎들이 노랗게 퇴색되어가고 가을 풀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감나무 앞에 가려져 있던푸른 땡감의 얼굴도 붉어지기 시작한다.  가을이 온 것이다.

 

내가 사는 강마을의 강은 그렇게 온다.  그리고 강가에 가을꽃들이 피어난다.   이 세상의 모든 풀과 나무가 다 꽃을 피는데,

 

가을에 피는 꽃들도 많다.   강가에 피는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은 구절초 꽃이다.  구절초꽃은 물기가 많은 도랑가나

 

강가나 논밭두렁에 많이 피어난다.  구절초 꽃은 꽃송이가 크기 때문에 해 넘어갈 무렵에야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봄에 피는 꽃은 지는 햇살로 보아야 서늘하고, 가을에 피는 꽃은 아침 햇살로 보아야 영롱하다.   이슬이 맺혀 있는 꽃잎에

 

아침 햇살이 비치면 구절초 꽃은 얼마나 청초한지 모른다.   해가 넘어 가고 어스름이 강가에 잦아들면 구절초 꽃은 또 얼마나

 

서늘한지, 그때 달이라도 동산에 떠오르고 소쩍새라도 울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구절초 꽃에 모여드는것 같다.

 

구절초 꽃이 피어나면 들국들이 피어난다.   강아지풀도 패고, 수크령 풀도 패고, 벼도 패고, 수수도 패고, 억새도 갈대도 팬다.

 

추수 모가지가 나오고 벼가 나오는 것을 우리는 팬다고 말하는데 실은 수수나 벼나 억새나 강아지풀도 꽃을 피우는 것이다.

 

가을은 그렇게 무르익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구절초 꽃이 지면 가을이 간다.   구절초 꽃은 가을의 시작과 가을의 끝을 알리는

 

가을 강가의 꽃이다.  마치 가을을 맞이하고 가을을 보내는 가을 전령사 같은 꽃이 지금 피어나고 있다."  섬진강시인 김용택.

 

 

 

 

21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