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연애걸기
"가끔 고전을 읽다가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데, 나의 경우 제인 에어를 만나기 전 로체스터의 삶이 제인 에어를 만난 후의 삶보다 아직도 훨씬 더 궁금하며,
내가 웬디라면 우리들의 엄마가 돼 달라는, 키스도 할 줄 모르는, 밤마다 신데렐라 이야기나 들려 달라는 피터팬 앞에 단 하루라도 붙어 있었을까 의심스러우며
(사실은 의심할 필요도 없다. 나라면 손목에 갈고리를 달고 피아노를 치는 거친 남자 후크의 내면과 자아에 반드시 호기심을 품은 것 같으니.) 그리고 로빈슨 크루소가
28년 몇 개월이 흐른 뒤에 꼭 고향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인데 내가 그라면 답답한 마음에 타로 점이라도 쳐보고 싶었을것 같다. 미셸 투르니에도 나와
비슷한 고민 끝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썼다는 것을 알고 허겁지겁 읽어 봤다. 읽고 봤더니 이것은 대단히 충격적인, 세계사적인 사건이라 할만한 작품이었다."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를 정혜윤 style로 읽으면 이렇게 읽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독서와 생생한 감각적인 글쓰기로 독서에세이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신선한 화제를 일으키는
"정혜윤"은 누구?"
CBS 라디오 프로듀서,
<김어준의 저공비행>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행복한책읽기> <송정훈의올댓재즈>등
시사교양, 휴먼다큐, 음악전문프로그램들을 기획, 제작하였다.
독서에세이 <침대와책> 인터뷰모음집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여행에세이 <런던을속삭여줄게>
고전에 대한 독서 에세이 <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을 펴냈고,
현재 한겨레신문에서 <정혜윤의새벽3시책읽기>를 연재중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독서와
생생한 감각적인 글쓰기로 독서에세이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주도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렸을때 나는 집안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덜떨어진 애 취급을 받았다. 별명은 까마귀였는데, 피부색이 까맣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듣는 순간
즉각 잊어버리는 신기한 재주 때문에 그런 별명을 갖게 되었다. 임신 중에 오골계를 지나치게 먹어서 피부가 까만 딸을 낳은게 틀림없다고 한탄하던 우리 엄마는
딸이 백옥 같은 피부를 갖도록 늦게나마 수제비, 칼국수, 라면을 주로 먹였고, 또 다른 한편 아이의 의심스러운 지능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종합병원에 가서 아이큐 검사를
받게 했다. 내가 종합병원에서 받았다는 아이큐 검사란 게 뭔지 통 아리송한 게 그 검사를 치를 당시 나는 한글도 숫자도 몰랐기 때문에 무슨 시험을 어떻게 치를수 있었는지는
신만이 아실 거다. 게다가 더욱 미스터리한 것은 그 결과 나는 놀라운 지능의 소유자로 밝혀져 그때부터 대기만성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듣게 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때까지 나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1학년 첫 받아쓰기 시험 때 내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서 짝궁의 이름을 커닝해서 냈다가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는 어른들의 세계란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정말로 모르는게 없구나. 내가 은밀히 행한 커닝을 눈길 한 번 안 주고도
알아채다니,,,,이 이야기를 오빠에게 고백했더니 오빠가 깊은 한숨을 쉬면서 이름 말고 다른 건 또 뭘 베꼈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난 부모의 이름도 베낀 거 같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학년이 되었더니 내가 1등을 했다고 선생님이 목말을 태워 줬다. 목말을 태우고 우리 집에까지 왓던것 같다.
우리 집에서 역시 대기만성이 맞구나, 옛성현들의 지혜는 그른게 없구나 하고 좋아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심각했다. 커닝도 안 했는데, 어떻게 내가 1등을 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때부터 고독은 시작되었다. 말 못 하는 고민 때문에 나는 집을 빠져나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는 거의 매일 두 코스를 달렸다.
하나는 학교 운동장, 하나는 겨울이면 미끄러지지 말라고 늘 연탄재를 뿌려 두던 지독히 가파른 언덕, 학교 운동장을 달리는 동안 서시히 해가 지고 완전히 어둠이 내리면
어린 마음에도 알 수 없는 뭉클한 기운이 밀려오고 심장이 뛰었다. 아직 어린 여자아이의 조그만 입으로 아름답다 조아리며 멈춰 서서 지켜볼 때 이미 아름다움은 육체적
감각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달리는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only English"로 진행되던 강의실에서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이 정혜윤PD 초청 강연에서 정혜윤PD는 그 특유의 똘망똘망한 태도와 감각적인 어법으로
강연이 아니라 마치 PRESENTATION"하는 것처럼 진행했다. KAIST 학부생 300여명이 only English" 아닌 특강에 재미없고 지루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깔아뭉개고 있는데, 그 상태면 대부분의 강사들은 "멘탈붕괴" 상태에 빠져 버벅거리거나 헤매다가 "아헹헹"한 상태로 퇴장하게 되는데, 정헤윤은 당당하게 시간을 메꾸고 있었다.
그렇지, 방송국PD인데 그만큼은 해야지,,,그래, 얼굴표정은 연출할 수 있다하더라도,,,나는 그녀의 다리를 물끄러미 보았다,,,두 다리를 완전히 힘을 주고 거의 부러질듯 힘을 주고
버티면서 그녀 특유의 똘망똘망한 화법으로 이야기를 하구 있었다,,,,,아, 싱그러운 30대,,,,요즘 보기 드물게 신선한 느낌이 화악 다가왔다. 객석과 눈빛을 어떻게든 마주쳐 보려고
온갖 표정 다하고 온갖 제스쳐를 다 하고 무대를 오른쪽으로 걸었다 왼쪽으로 걸었다 애원하는 눈빛을 해도 노력에 노력을 하구 있어도,,,,그래도 우리는 못본척, 표정관리 하면서
모른척 외면하며 90분을 개겨봤다. 정혜윤~ 우린 널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야. 널 좋아하니까 이 자리에 널 초청했어. 그리고 넌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신선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도 받고 있구,,,하지만 정혜윤,,,,사람들이 널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넌 이제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감각적인 고전읽기를 해야 하는거야,,
그게 우리의 바램이야,,,,널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들의 바램이라구,,,그게 네가 해야할 몫이라구,,,,,,,그 연습을 오늘부터 하자~
나는 좌석의 가운데열 맨뒷줄에서 두번째 줄에 앉아서(왜 하필 뒷좌석이냐구? 가운데열 앞좌석에 앉으면 좋지 않느냐구? 나두 "20대청춘"이던 시절에는 가운데열 앞좌석에 앉았었다,,
이제는 KAIST 학부생을 앞좌석에 앉혀야 한다. "20대청춘"이 잘 보고 잘 들을수 있도록,,,,,나는 Samsung Galaxy Note 10.1을 하고 있었고 내 옆자리 힉부생은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고 그 옆자리 대학원생은 강의노트 뒤적거리고 있었고,,,,,강사에 눈빛도 안 맞춰주고 완전 방치했는데도,,,300석 강의실 객석 전체 분위기가 "방목"하는 분위기였는데도
정혜윤은 그녀 특유의 똘망똘망함을 잃지 않았고,,,,,,,,,,강의가 끝나자 우리는 박수를 크게 쳐주었다. "Bravo~~" 남들 같으면 그 상황이면 멘탈붕괴되서 초죽음 상태가 될텐데,,,
그래서 사람들이 정혜윤을 "감각적인 독서가"라 평가하는구나,,, 모처럼 "싱그러운 30대"를 만난거 같다.
"I Love KAIST"
"KAIST 인문사회과학부", "KAIST 독서마일리지 프로그램운영위원회", 정혜윤PD, 그리고 "KAIST 제11회 책읽는밤"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한 모든 Staff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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